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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일편단심(一片丹心)은 한 조각 붉은 마음의 뜻이다. 우리 나라꽃 무궁화의 꽃말이기도 하다. 일편단심은 내면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변치 않는 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한다.

송대관이 부른 '오기는 오는 건가요'(작사:조동산 작곡:조동산,김구하) 노랫말에는 일편단심의 가슴 적시는 애정이 오롯이 묻어난다. 곡명 '오기는 오는 건가요' 가사에 등장하는 민들레꽃은 '너'의 의인화된 표현이다. 주지하다시피 민들레 중심 뿌리는 아래로 곧게 내리 뻗는다. 따라서 민들레는 온갖 풍상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 가지 지조와 절개를 지키는 상징적 의미로 자주 인용된다.

화자인 '나'와 민들레 '너'는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 때문에 서로 떨어져 지낸다. 즉 보고 싶어 그리워하는 일시적 이산 연인임이 틀림없다: '보고 싶다 안고 싶다 사랑아 내 사랑아'. 어느 날 '내 사랑' 민들레와 재회하기로 예정된 '나'는 그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진짜 오기는 오는겁니까'라고 반신반의하며 정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은 단지 설렘을 넘어서 흥분의 감정으로 변한다. 더 나아가 일편단심 민들레 '여자'와 다시는 헤어지지 않고 영원히 함께 삶을 영위할 것을 다짐한다: '다시는 못 보낸다/죽어도 못 보낸다'. 죽어도 정인을 다시는 떠나 보낼 수 없다는 화자의 결연한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이러한 일편단심 의지 표명 이면에는 신이 내린 '선물'이자 '예술'인 민들레 연인을 사랑하는 화자의 애틋한 마음이 녹아 있다. 또한 사랑의 세레나데를 연인에게 헌정하는 화자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어디에선가 은은히 들려오는 듯하다.

배일호가 부른 '사랑의 영수증'(작사:Unknown 작곡:박현진) 노랫말은 연인에 대한 애정 표식을 사랑의 영수증으로 비유한다. 또한 일편단심 사랑의 세기가 하늘 높이 찌를 듯 하고 땅 속 깊이 파고든다: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태산만큼 바다만큼 사랑해'.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한 조각 붉은 마음이 어찌 이다지도 태산같이 높고 바다같이 깊을 수 있을지 탄성을 자아낸다. 대개 영수증은 금전거래 시 사용된다. 그러나 인용한 곡명 '사랑의 영수증' 노랫말에서는 영수증이 오직 일편단심 애정 표현의 은유로 사용되고 있다: '일편단심 당신만을/사랑한다 써줄거야'. 뜨거운 '가슴'과 '온 맘'으로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글자가 적혀있는 영수증을 주고받는 연인의 진짜 속마음은 어떨까: '세상사람 모두에게/당신을 사랑한다 할 거야'. 이렇게 사랑의 증표를 받아 쥔 연인의 로맨스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해진다. 그들에게는 상대방 연인의 달달한 꿀 미소와 심장을 쿵 쿵 뛰게 하는 '심쿵' 로맨스가 거침없이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청순한 로맨스가 '사랑의 집'을 건축하며 '가슴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연인에게는 종교적 의미의 천국이나 해탈 보다 오히려 더 소중하게 다가올 듯하다.

일편단심의 대명사로 흔히 포은 정몽주를 꼽는다. 저무는 고려 왕조를 향한 정몽주의 일편단심과 연인을 향한 민들레꽃 일편단심은 사랑의 대상이 다르다. 그러나 애정의 대상이 무엇이든 임을 향한 붉은 마음의 높이와 깊이는 동일하지 않을까 싶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