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자동차매매단지2
25일 인천시 남구에 있는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 관할구청과 중고자동차매매단지 운영위원회에서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경고 문구를 걸어 놓았다.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2년새 인천 4330명→5508명 증가세
전국 최대 매매단지 조성이후 악용
인천, 경기도 이어 2번째 범죄많아
알선방식에 피해 인근 확산 가능성
전문가 "단일도시 문제 아냐"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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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는 중고차 매매 종사자가 많은 지역 중 하나다.

중고차 허위매물 사기가 극성을 부리는 이유는 과열된 중고차 판매 경쟁 때문이라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여기에 중고차 거래가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돈을 쉽게 벌려는 매매 종사자가 계속 늘어난 것도 한 몫 작용하고 있다.

종사자는 늘어나고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근절되지 않는 인천의 중고차 사기를 막기 위해 관계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치열한 시장경쟁 속 생겨난 중고차 허위매물 사기


"허위매물 영업은 '편법'이에요. 손님을 유인하기 위한 수단이죠."

지난 21일 오후 5시 30분께 인천의 한 중고차매매단지에서 만난 현직 중고차 딜러 A(24)씨는 중고차 허위매물 사기를 영업의 한 방법이라고 불렀다.

그는 "사람들은 '싸고 좋은 차'를 사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어서 어떻게든 싼 차를 보고 찾아온다"며 "결국 싼 차(허위매물)를 올리는 쪽으로 손님들이 찾아가기 때문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매매업계 역시 중고차 허위매물 사기가 생기기 시작한 원인을 과열경쟁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 업계 종사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일부 딜러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허위매물로 손님들을 유인하고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 폭행·협박까지 일삼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인천지역 190여개 매매상사가 가입된 인천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 관계자는 "중고차 매매업을 하기 위해서는 종사원증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현행법 상 중고차 매매상사에만 들어가게 되면 특별한 자격요건이 없어도 종사원증을 받을 수 있어 그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자동차 매매업 종사자 수는 지난 2015년 3만5천542명에서 2017년 3만8천116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인천시 종사자 수 역시 4천330명에서 5천508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부터 서울시를 추월하면서 경기도 다음으로 종사자 수가 많아 경쟁이 심한 상황이다.

■ 심각한 인천 중고차 사기, 인접 도시로 확산할 가능성

인천지역 중고차 시장에서의 사기 등 범죄행위는 심각한 수준이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6월까지 접수한 '중고차 매매' 관련 사업자 소재지별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964건.

인천은 전체 228건(23.7%)으로 경기도 374건(38.8%)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세 번째로 많은 서울시 144건(14.9%)와 비교할 때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인천지역 중고차 사기가 유독 심각한 이유는 뭘까. 지난 2011년 인천에 전국 최대 규모의 자동차 매매단지가 조성된 이후 이를 악용하는 딜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18년간 인천에서 자동차매매업을 하고 있다는 K상사대표 이모(45)씨는 "중고차 사기를 저지르는 딜러들은 매물이 많고 소비자와 만나기 쉬운 대규모 매매단지를 주로 이용한다"며 "처음 시작된 곳은 2000년대 초반 서울의 한 매매단지였고, 이후 단속이 심해지고 인근 부천·인천지역에 대규모 매매단지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옮겨왔다"고 말했다.

중고차 거래가 알선매매로 이뤄지다 보니 딜러들은 자신의 영업장과 가까운 도시에서도 활동한다. 인천 중고차 사기 사건이 심해질수록 인근 도시까지 피해가 확산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인천의 중고차 사건을 '단일 도시의 문제'로 국한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고차 매매과정에서의 범죄 행위는 전국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며 "국가, 지자체에서 나서 법규를 정비하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