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섬의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 중심부 모스크에서 15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해 다수가 사망했다고 AP·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상자 규모는 즉각 파악되지 않았으나, 현지 뉴스 웹사이트 '스터프'는 라이스트처치병원을 인용해 9명이 사망하고 40∼50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87장의 범행선언문에서 범인은 자신을 28세 호주 국적 백인 남성이라 소개했다.
그는 범행 동기로 "백인의 출산율은 줄어들고 이민자들의 출산율은 늘어난다. 인종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이민자에게 우리 땅을 내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같은 나라를 보라"면서 "다양성이 힘을 발휘하면 저런 단일민족 국가가 어떻게 강력한 국가로 성장했느냐"고 덧붙였다.
살해 1순위 목표에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유럽내 이슬람 단체 지도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그리고 파키스탄계 사디크 칸 런던시장을 적기도 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 무장 경관들을 배치하는 한편 총격범의 뒤를 쫓으며 소재를 파악 중이다.
경찰은 현재 아주 위험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당분간 집에 머물러달라고 당부했다. 주변 학교 역시 폐쇄된 상태다.
크라이스트 처치는 동해안 캔터베리 평야 중앙에 위치한 뉴질랜드 3대 도시로서, 일명 '정원도시'(Garden City)으로 불리며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한인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데일리 메일 등에 따르면 체포된 4명의 용의자 중 한 명인 호주 국적의 브렌턴 태런트(28)는 범행 수 시간 전 자신의 계획을 상세히 담은 73쪽의 온라인 선언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헬멧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라이브 영상에는 범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차량을 운전해 이슬람 사원으로 이동하는 과정과 차량 트렁크에서 소총을 꺼내 들고 사원에 진입해 난사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또 영상에는 그가 사원 밖에 세워둔 차량으로 돌아와 무기를 바꾸고 다시 사원에 진입해 사람들을 겨냥해 사격하는 모습도 들어 있다.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그가 '게임을 하듯' 사람들을 쐈다고 경악했다. 실제로 총격범이 발표한 선언문에는 "비디오 게임인 '포트나이트'(Fortnite)가 나를 킬러로 훈련시켰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포트나이트는 총기로 적들을 공격하는 서바이벌 서바이벌 슈팅 게임으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태런트는 이 선언문에서 자신이 가진 불만, 해당 이슬람 사원을 선택한 이유, 브레이비크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내용 등을 상세히 알렸다.
그는 자신을 노동자 계층의 평범한 호주 백인 가정에서 태어난 보통 백인 남성이라고 소개하고는 자신 같은 사람들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린 사람으로 규정했다.
또 대량 살상범인 딜런 루프를 포함해 많은 사람에 대한 글을 읽었지만, 진짜 감명을 받은 것은 브레이비크라고 공개했다.
루프는 2015년 미국 흑인 교회에 침입해 9명을 총기로 살해했으며, 브레이비크는 2011년 노르웨이 집권 노동당의 청소년 캠프에 침입, 총기를 난사해 모두 77명을 숨지게 했다.
태런트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작은 마을인 그래프턴에서 성장했으며, 운동광인 그의 아버지는 2010년 49세의 나이로 숨졌다. 어머니는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다.
스스로 공부에 흥미가 없다고 느낀 그는 고등학교를 마친 뒤 2010년부터는 피트니스센터에서 개인 트레이너로 일하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나 종교적 믿음에 대해 주변에 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보한기자 kb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