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지 메뉴에 제철 맞춘 '집반찬 푸짐'
청국장·된장찌개 비벼 먹는 '고향 음식'
평일 점심만 장사 '공무원 맛집' 입소문

공무원들이 찾아갈 정도면 얼마나 맛집이겠느냐고 리스트를 챙겨본 누리꾼들은 "실제 맛집이 아니다"라는 반응 일색이었다. 공무원 회식은 주로 무난한 공간과 무난한 메뉴를 따라가기 마련이니 그럴 만했다.
김포시 사우동 보건소 근처 보리밥집 '풍년식당'은 진짜 공무원 맛집이다. 정갈한 나물, 채소에 청국장 한입 비벼 넣으면 '진짜다'라는 혼잣말을 내뱉게 만드는 집이다. 시청사와 조금 떨어져 있는데도 이 맛을 잊지 못하는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풍년식당의 메뉴는 오로지 9천원짜리 보리밥정식 하나다. 보리밥과 쌀밥, 청국장과 된장찌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을 뿐이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 그때그때 제철 맞은 집반찬이 푸짐하게 깔리고, 잃어버린 입맛을 돌려놓는 고소한 가자미구이는 거의 항상 올라온다.
아버지가 차려주는 밥상은 특별하다. 사연이 깃들지 않은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풍년식당 음식은 그런 '소울푸드'의 정감이 담겨 있다. 연세 지긋한 주인아저씨 혼자서 경상도 사투리로 조용하게 손님을 맞이하고 부지런히 음식을 날라다 준다.

줄잡아 10종류 넘게 깔리는 나물을 비롯해 그윽한 향의 우엉조림, 달콤짭조름한 콩자반,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황태껍질무침 등 반찬 하나하나가 과장됨 없는 감칠맛을 낸다.
고추장과 참기름 살짝 가미한 비빔밥 한 상 배불리 먹고 나도 금방 속이 편안하게 가라앉는 게 내 몸을 함부로 대하지 않은 기분이 든다.
풍년식당 음식에는 경상도식 비빔밥의 정서도 담겨 있다. 박을 두 개로 쪼갠 바가지에 봄동 겉절이 같은 흔한 나물을 넣고 온 가족이 모여 쓱싹 비벼 먹거나, 차례·제사상에 올라갔던 나물에 간장 넣고 비벼 먹는 문화가 이 집 비빔밥에서도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국내 모든 이들의 고향음식이라 할 수 있다.
평일 점심장사만 하는 풍년식당은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과거 요식업계에서 이름을 날린 주인아저씨가 소일 삼아 운영한다는 후문이 있다.
김포시 사우동 881번지. (031)981-8233. 월~금요일 점심에만 운영.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