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車 부품 공장서 우즈베크 출신 50대 기계 교체 중 협착 사망
포항·서울 등 외국인 노동자 사고… 이주공대위 "산재 60% 증가"

우즈베키스탄 출신 50대 외국인 노동자가 자동차 차체용 부품 제조공장에서 일하다 협착 사고로 숨졌다.

5일 평택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1시 15분께 아산국가산업단지 포승지구(평택시 포승읍 원정리)의 금속공장 M사에서 일하던 노동자 김모(56·우즈베크)씨가 프레스기에 깔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119구조대는 김씨를 기계에서 분리해 이송하려 했으나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돼 경찰에 인계했다.

사고 현장은 처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700t 규모의 대형 프레스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김씨는 볼트를 빼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함께 작업하던 동료 A(61)씨가 김씨가 빠져 나오지 않은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프레스를 내려 김씨는 속수무책으로 상체와 머리를 짓눌려 숨을 거두고 말았다.

김씨는 H-2(방문취업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경찰은 공장 관계자와 가족들을 상대로 조사하는 한편 프레스기를 작동시킨 A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안전관리자 등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평택고용노동지청도 재해발생 상황, 재해발생 원인 조사 중이다.

노동계는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자 명확한 사고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관계 기관에 촉구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지난 9월 10일 포항 오징어 가공공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 4명이 지하 탱크에서 방독면 없이 작업하다 숨졌다. 지난 7월 31일 서울 양천구 빗물펌프장 터널 사고로 숨진 3명 중 1명도 미얀마 출신의 노동자였다.

이번 사고는 특히 고용노동부에서 제조업 10대 사망 작업에 꼽힌 프레스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의 총체적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경기지역이주노동자공동대책위원회(이주공대위)는 성명을 내고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사고가 지난 5년간 60% 증가했다"며 "위험한 일이 끊임없이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정부가 발표한 이주노동자 산업재해는 최근 5년간 3만8천448건이다. 사망자는 607명으로 집계됐다. 발생 건수는 제조업이 2만548건(254명)으로 가장 많았고 건설업이 1만551건(271명), 서비스업 6천211건(55명)으로 뒤를 이었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은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보다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