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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연일 화제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이 인상적이다. 함께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이 했던 말이라고 봉 감독이 밝혔다.

기생충이 해외 영화제에서 연이은 승전보를 울리자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도 재조명받고 있다. 오랜만에 '백범일지'를 펼쳐봤다.

'나의 소원'은 백범일지 끝에 붙어 있는데 백범은 저자의 말을 통해 따로 쓴 이유를 밝혔다. 백범은 그가 스스로 믿는 '우리 민족의 철학 대강령(大綱領)'을 적어 각자의 민족 철학을 세우는 데 참고하기를 바란다며 이 글을 썼다. 그가 저자의 말을 쓴 1947년은 해방 이후 좌우의 대립이 극심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모스크바를 우리의 서울로"라는 구호와 "워싱턴을 우리의 서울로"라는 구호가 극렬히 대립했다. 백범 김구 선생은 여기에 대고 "우리의 서울은 오직 우리의 서울이라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스콜세이지 감독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봉준호 감독이 해외 진출을 위해 서양·백인으로 대변되는 주류 문화에 편승해 영화를 찍었다면 지금의 성공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가 수상소감에서 충무로를 제2의 할리우드로 만들겠다는 말을 했다면 우리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백범은 '높은 문화의 힘'이 다른 나라의 철학에 끌리고, 저 민족의 철학에 끌려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인천시가 최근 500억원이 걸린 국내 최초의 '국제관광도시' 타이틀을 부산에 내주었다. 영종도를 '제2의 라스베이거스'로 만들겠다는 등의 휘황찬란한 계획이 있었지만,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흔들지 못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천의 인물이기도 한 백범 선생이 있었다면 "우리의 인천은 오직 우리의 인천이라야 한다"고 했을 게 분명하다.

가장 '인천적'인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