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온 높아지자 작동민원 급증
인천교통공사, 내부지침 마련
전동차, 24~26℃ 유지 '최소화'
"코로나19가 비말로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는데, 에어컨을 틀면 그 바람을 타고 더 멀리 가지 않겠나. 아무래도 불안하다."
12일 인천지하철 1호선에서 만난 신모(67·여)씨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날이 더워지면서 전동차 내부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에어컨 가동이 불가피하다는 걸 알면서도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걱정했다.
신씨는 "에어컨이 가동되는 전동차를 타게 되면 코로나19 걱정에 마스크를 더 잘 챙기게 된다"며 "주변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들이 있으면 다른 칸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승객 김모(54·여)씨는 "날이 더 더워지면 땀을 흘리는 게 오히려 민폐일 수 있어 에어컨을 틀 수밖에 없을 텐데, 코로나19가 에어컨 바람을 타고 와 감염되지 않을까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낮 최고기온이 25℃에 육박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인천지하철 전동차의 에어컨 가동도 잦아지고 있다.
에어컨을 틀어달라는 민원도 늘고 있는데, 5월 1일부터 12일까지 2주만에 176건의 에어컨 가동 요청 민원이 인천교통공사에 접수됐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 접수된 민원은 179건이다.
인천지하철 전동차의 에어컨 가동이 늘면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을 가동하면 비말의 이동거리가 늘어나게 된다.
비말의 경우 보통은 1~2m 정도 날아가는데, 에어컨 바람을 타면 최대 4.5m 정도까지 날아가는 이른바 에어로졸에 의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키우게 된다. 중국의 한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인천교통공사는 내부 지침을 만들어 전동차 내부 온도가 24~26℃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에어컨 가동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혹시 모를 감염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이런 내부지침을 마련한 상황"이라며 "지하철 소독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더워지면 현실적으로 에어컨은 켤 수밖에 없다"며 "지하철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과 지하철 운영 주체의 철저한 방역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유창수기자 yo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