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남을 평가하고 더 나아가 비판을 하거나 심지어 비난을 하고 남도 나를 평가하고 비판하거나 비난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말인데 그 말을 들어보면 그 내용을 알 수 있고 심지어 그 말을 한 사람의 마음씨를 볼 수 있다. 나무의 열매가 말이라면 그 뿌리는 마음씨에 해당한다. 나무 열매의 색깔이나 수분이나 맛이나 건실한 정도를 살펴보면 그 나무의 근본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그런데 뿌리는 땅속에 묻혀있어 보이지 않으니 볼 수 없고 밖으로 드러난 가지나 잎이나 열매를 통해 본질을 추정할 수 있다.
맹자는 말과 마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피사지기소폐(피辭知其所蔽) 음사지기소함(淫辭知其所陷) 사사지기소리(邪辭知其所離) 둔사지기소궁(遁辭知其所窮)" 풀이하자면 편벽된 말을 통해 가려져있는 마음을 알 수 있고, 방탕한 말을 통해 푹 빠져있는 마음을 알 수 있고, 부정한 말을 통해 정도를 이탈하려는 마음을 알 수 있고, 도피하는 말을 통해 궁색한 마음을 알 수 있다. 이건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만 해당된다기보다 모두 자신을 돌이켜보면 이 중에 한 유형과 근접함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또 이 네 가지는 복합적으로 작용되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만 판단해서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기도 한다. 이 중에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려할 때 종종 하는 말이 도피하는 말에 해당하는 둔사(遁辭)이다. 무언가 마음이 막다른 곳에 막혀있을 때 나오는 말이다. 또 이것이 습관화된 사람이라면 그 성향도 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