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 아닌 영웅담으로 선전하는 탓
北영화, 유엔함정 격침 등 왜곡도
'원주민 폭격 희생' 역사는 가려져
북한 축구 1부 리그 10여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남한의 지명, 그것도 인천의 지명을 이름으로 딴 팀이 있다. 함경북도 김책시를 연고지로 둔 '월미도체육단'이다. 월미도체육단은 올해로 70년이 된 인천상륙작전과 직접 연관된 이름이다.
월미도체육단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1부 리그로 진출한 박광룡(28) 선수를 배출하는 등 북한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축구팀이면서 여러 종목을 운영하는 문화성 산하 종합스포츠클럽이다.
왜 북한은 한국전쟁 초반 전세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역전된 인천상륙작전의 월미도를 스포츠클럽에 붙였을까. 북한에서 인천상륙작전은 패전의 역사가 아닌 '전쟁 영웅담'으로 기록해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1982년 제작한 인천상륙작전 영화 '월미도'를 보면, 상륙작전 당시 월미도에 주둔한 북한군 1개 포병중대가 유엔군 5만 병력을 1950년 9월15일까지 3일간 막아냈다는 내용이 나온다. 북한군이 유엔군 함정을 격침하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에 투입된 유엔군 병력은 함정 261척과 지상군 7만5천명이고, 북한군 포격으로 침몰한 함정은 한 척도 없었다. 유엔군은 대대적인 폭격을 퍼부으면서 큰 저항 없이 월미도 등지에 상륙했다. 이렇듯 북한이 기록한 인천상륙작전 역사는 월미도를 전승지로 만들기 위해 오류가 넘친다.
북한에서 영화 '월미도'는 실효모임(영화 주인공을 따라 배우기 위한 운동)이 활발할 정도로 유명한 영화라고 한다. 남한에서도 2016년 블록버스터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개봉해 극장 관객 700만명을 넘겼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개봉 당시 북한은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영화에 대해 "불가능한 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작전인, 죽음을 불사한 이야기니 뭐니 하는 희떠운(분에 넘치며 버릇없는) 수작들을 늘어놓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인천상륙작전은 남북 서로가 전승을 기념하는 영웅담인 셈이다.
그러나 인천상륙작전 당시 미군의 폭격에 희생된 월미도 원주민들은 남북의 영웅담에 가려져 여전히 잊힌 역사로 남아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월미도 폭격으로 최소 100명의 주민이 희생됐고, 집들은 불에 탔다. 월미도 원주민들은 현재까지 실향민 신세다. 월미도 실향민들은 최근 국방부에 실향민, 국방부, 행정안전부, 인천시가 참여하는 4자 회담을 구성해 귀향 대책을 논의하자고 요청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상륙작전 70년 '숨은 이야기']北 축구팀 '월미도체육단'… 왜 인천 지명을 붙였나?
입력 2020-09-14 22:13
수정 2020-09-1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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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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