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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으로 예정됐던 고등학교 1학년의 무상교육이 이번 4분기(12월~2월)부터 조기 시행되면서, 학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고교 무상교육시대'가 개막했다. 2019.8.30 그래픽/박성현기자pssh0911@kyeongin.com

인천교육청, 무상 교복·급식 이어
내년 예정인 1학년 이달 조기 시행
완벽 '무상시리즈'에 학교도 반색
"학생 교육·학습격차 해소 큰 도움"

인천에 있는 안남고등학교는 매 분기 각 가정에 보냈던 학비 납입 안내 가정통신문을 이번 4분기에는 보내지 않았다. 대신 '고등학교 1학년 무상교육 시행 안내'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가정통신문에는 "고등학교 1학년 무상교육을 조기 시행하게 됐다"면서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 일체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내년으로 예정됐던 고등학교 1학년의 무상교육이 이번 4분기(12월~2월)부터 조기 시행되면서, 학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고교 무상교육시대'가 개막했다. 앞서 시행된 인천시교육청의 무상교복, 또 무상급식과 함께 이번 수업료까지 완벽한 '무상' 시리즈가 완성된 것인데, 학교 구성원들이 모두 반기고 있다.

누구보다 이번 무상교육의 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 분기까지만 하더라도 50만원에 가까운 학비를 내야 했던 고교 1학년 학부모들이다.

안남고에 1·2학년 자녀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는 한 학부모 A씨는 "1년에 200만원 정도인 학비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특히 고등학교는 학부모에게 교육비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기인데, 2학년에 이어 1학년까지 무상으로 바뀌어 부담이 크게 줄었다"면서 "아이들도 제대로 된 복지가 무엇인지, 지방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닫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전업주부이던 A씨는 두 자녀의 교교 진학과 함께 학비 등을 보태기 위해 직업을 갖기도 했다.

교사들도 이번 무상교육 조기 실행을 반기고 있다. 이강훈 계양고 교사는 "특히 코로나19로 힘든 와중에 단비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코로나19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학원도 끊고, 용돈도 줄어 의기소침해 보이는 학생이 많았는데 참 반가운 소식이었다"고 했다.

인천지역의 전면 무상교육 확대 조치로 학교 행정실 직원들의 사무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

한 고교 행정실 직원은 "학생들에게 학비를 걷고, 한부모 가정, 중위소득 60% 이하 가정 학생 등 복지 대상 학생들을 별도로 선별하는 작업 등을 이제 할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학생을 위한 교육 행정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학비를 제때 내지 못하는 어려운 형편에 있는 학생들을 일일이 파악하고 부모에게 학비를 내 달라고 독려해야 하는 업무도 이제 학교 현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임단철 안남고 교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학습격차 심화가 교육계가 풀어야 할 과제인데, 4분기부터 시작된 무상교육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급식·교복·학비 등 무상교육시대가 열리며 교육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여건이 마련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