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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은 시대의 연구성과에 따라 꾸준히 재해석될 수 있다.

3천년 전의 고전에 써 있는 글도 지금 시대에서 재해석해볼 수 있다. 시골 새벽 장닭이 홰를 치면 이웃의 닭들이 따라서 꼬꼬댁거린다. 한 마을에 밤중 어느 집의 개가 짖어대면 이웃의 개들이 따라서 짖어댄다. 주역에서는 이 원리의 원초적 현상을 자연에서 찾았다. 번개가 번쩍 하고 치면 이어서 천둥이 우르릉 쾅쾅하고 뒤따라오는 현상을 가지고 동성상응을 해석하기도 한다. 사실 번개와 우레는 일체의 두 현상이다. 하나는 빛으로, 하나는 소리로 나타나지만 그 자체는 일시에 벌어진다.

현대는 과학의 시대이다. 그 가운데 양자역학의 시대라고 할 만큼 그 분야의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다. 양자의 정보가 거리에 관계없이, 지체없이 연결되는 현상을 양자얽힘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동기상구(同氣相求)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이런 현상은 이 우주와 물질의 실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알고 보면 본질적으로 동일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 기운과 울림을 거리와 관계없이 시차 없이 공유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미시세계에서 밝혀진 과학적 이치를 인간의 마음의 세계와 연관해서 연구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분위기이다. 물심양면의 세계에서 과학과 철학이 만나는 시대가 열렸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