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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들썩인다. 주역에서 땅에 대해 이야기한 괘가 곤괘(坤卦)이다. 땅은 늘 하늘과 상대적인 관계에서 인식되어왔다. 이와 관련해 보면 꽤 많은 표현이 있다. 하늘은 높고 땅은 낮다. 하늘은 움직이고 땅은 고요하다. 하늘은 열려 있고 땅은 닫혀 있다. 하늘은 양물이고 땅은 음물이다. 하늘은 말이고 땅은 소이다. 하늘은 경청하고 땅은 중탁하다. 하늘은 정신이고 당은 육체이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 등등 많은 표현이 있다. 곤괘에서는 땅에 대해 암말이라는 뜻으로 빈마(牝馬)라고 표현하였다. 말은 예로부터 굳세게 잘 달리듯 성격이 강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순한 소와 비교해서 하늘로 상징되었다. 하늘이 말이라면 땅은 그 말과 배합이 되어 생산을 하는 존재라는 뜻으로 암말이라고 한 것이다. 이 암말이 뜻하는 것으로 몇 가지 생각해볼 수 있다.

땅은 하늘의 시간과 맞물려 돌아간다. 하늘이 사계절을 운행하면 땅은 그에 따라 만물을 내고 기르고 거두고 감춘다. 하늘의 춘하추동이 그대로 땅에서 발현되는 것이 생장수장이다. 이 중에 하늘과 차별적인 부분이 겨울이다. 겨울은 만물을 땅속에 품고 밖으로 내지 않는 계절이기 때문에 잉태의 개념으로 통변된다. 하늘은 이 잉태가 불가능한데 땅은 잉태가 가능하다. 잉태가 가능하지만 늘 하늘과 발을 맞춘다. 이런 두 가지 양상을 아우른 말이 암말이다.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땅은 임산부가 그렇듯이 안정이 필요하다. 땅이 시끄럽게 들썩거리는 모습은 이런 차원에서 불안과 요동을 이끄는 흉조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