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지난해 5월 아동보호시설 등 피난 약자시설에 대한 안전을 강화하는 '건축물관리법'을 개정했다. 지역 아동센터 등 피난 약자시설과 일부 다중이용업소 중 3층 이상 건축물에 대해 내년 12월까지 가연성 외장재를 교체하고, 스프링클러 설치 등 건축물 안전을 보강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되레 아동시설들을 옥죄는 악법이라는 아우성이다.

대다수가 건물을 임차해 운영하는 상황에서 임대인이 보강사업을 거부하면 이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국 4천200여 곳의 지역 아동센터 중 70%는 민간이 운영 중인 시설이다. 경기도에서는 791곳의 지역 아동센터가 운영 중이며 민간운영비율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전국 통계와 비슷할 것으로 짐작된다.

지역 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지자체가 공유재산을 무상으로 빌려주거나 사용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전국 지역 아동센터 중 무상임대 비율은 약 30%에 불과하다. 절반이 넘는 50.9%가 민간 건물에 전·월세로 임차해있고, 일부 센터는 임대료마저 후원으로 충당하는 게 현실이다. 센터를 운영하려면 또다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3층 이상 건축물 안전보강을 의무화하면 센터 경영에 결정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보강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사업비의 3분의2를 지원하고 있다. 건물주는 3분의1만 분담하면 되니 충분한 지원이라고 생각한 듯 싶다. 하지만 그냥 유지하면 그만인 건물에 비용을 들여 안전보강에 나설 건물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지원예산도 터무니없다. 국토부는 도내 보강대상 건물 1천여 동 중 100여 동만 지원한 뒤 손을 놓았다. 복지부가 대신 나서 아동복지센터 환경개선비를 건물 보강사업비로 전용해 지원하고 있지만 이마저 내년에는 예산 편성 자체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결국 지역 아동센터 건물안전 보강사업은 현장 실태 파악은 물론 예산 확보도 없이 진행된 셈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지역 아동센터 안전 강화라는 사업 목표 달성은커녕, 개정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이전해야 할 센터들이 속출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운영을 접는 센터들이 나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예상되는 대란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현장 실태를 조사해 정책 목표 실현이 가능한지 짚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