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국회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14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3인의 장관 후보들은 언론 검증 및 인사청문회를 통해 직무수행과 관련한 부적절한 행적이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까지 공직 수행 부적격자로 지목했다.

특히 이날 대통령의 재송부 요청 직전에는 여당 중진인 이상민 의원마저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에 임·박 후보 임명 반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심과 유리된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당내 여론을 대변한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이 지명한 청문 대상 공직후보 전원을 지켜냈던 데 비하면 중대한 변화이다. 대통령 임기 말 고조된 반정권 민심이 임명 강행으로 치명적으로 악화될 것을 우려한 고민이 담겨있다.

사정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대통령은 민심은 물론 당심마저 외면하고 장관 임명 강행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제도적으로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막을 수는 없다. 국회가 재송부를 거부해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다. 임명에 따른 책임을 대통령이 진다는데야 할 말도 없다.

하지만 임기 말 대통령의 행보를 짐작할 수 있는 단초라는 점에서 걱정이 크다.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하고 여당이 주저하는 부적격 후보들을 장관으로 임명하기 위해 국회의 권한마저 비판했다.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안주기식 청문회'라고 비판했다.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자고 제도개선까지 주문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패를 국회의 인사청문회 탓으로 돌린 것이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무오류 정권의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는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한다. 정부의 치밀한 백신 도입·접종계획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제회복 속도는 국가적 성취이자 국민적 자부심이라고 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자부심과 국민의 민생이 조응하지 않는데 있다. 이런 부조화로 인해 민심이 급격히 돌아섰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패배로 이어졌다. 여당마저 이를 우려해 장관 후보자 낙마를 고민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여당의 충언마저 물리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심과 맞서고 당심을 무시하며 임기 말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