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들이 각종 정책의 사업비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병해충 손실보상금 일부를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개정했다. 기획재정부는 광역버스 예산 부담을 놓고 경기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가 지자체에 재정 부담을 떠넘기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을 골병들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9월 과수화상병 등 병해충 손실보상금의 20%를 지자체가 부담토록 한 '식물방역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동안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한 손실보상금을 올해부터 지자체가 20%를 부담하는 게 주요 골자다. 과수화상병의 경우 지난해 전국 744 농가에서 394.4ha의 피해를 냈다. 경기도는 2019년 23개 농가(18.6ha)에서 지난해 170개 농가(85.6ha)로 무려 7배 이상 급증했다. 당장 손실보상금 20억원 이상을 마련해야 한다. 도는 과수화상병 피해규모가 매년 큰 폭으로 늘면서 정부 부담이 커지는 상황은 이해가 되나 일방적으로 보상비용 일부를 떠넘기는 처사는 정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비용 부담을 둘러싼 갈등은 농림부뿐 아니다. 도는 지난해 말부터 광역버스 예산 분담률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수도권에 운행되는 광역버스 준공영제 노선을 국가로 이관하되 비용부담은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50%씩 분담키로 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국비 부담률을 30%로 줄인 것이다. 생색은 국가가 내고 돈은 지자체가 내라는 것과 다름없다. 화물자동차의 주택가 밤샘 불법 주차 및 주택가 사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돼온 화물자동차 공영주차장 확충사업도 마찬가지다. 총 사업비의 70%만 국비로 지원돼 30%를 부담해야 하는 지자체는 허리가 휠 판인데 지난해부터는 아예 국고보조사업에서 자치단체사업으로 전환됐다.
지자체들은 정부가 재정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호소한다. 빠르면 상반기 중 열리는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와 그에 앞서 다음 주로 예정된 실무위원회에 기대를 거는 눈치들이다. 해당 심의위는 농림부의 과수화상병 손실보상금과 관련된 것이지만 정부 부처들의 사업비 떠넘기기 실태 전반을 들여다보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전국 지자체 맏형격인 행안부가 정부-지자체 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사설]정부의 사업비 떠넘기기에 지자체들 허리 휜다
입력 2021-05-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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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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