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란때 평안도방어사로 만난 애첩
평양성 함락 왜군 포로가 된 그녀는
적장의 목을 치는게 기회라는 말에
미색 이용 김응서와 함께 단칼 처단
탈출중 연인살리고 할복 순절·충절

그가 평안도방어사로 평양 8경의 하나인 연관정에서 무예를 익히고 있을 때 그곳을 나들이하던 기생 계월향과 채린이 그 모습을 보게 된다. 계월향은 그의 신출귀몰한 칼 솜씨와 늠름한 모습에 연모를 품는다. 무예연습을 끝낸 김응서는 잠시 쉬는 사이 두 여인을 보게 된다. 특히 아리따운 계월향과 눈이 마주치면서 가슴이 뛴다.
그 후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으며 계월향은 김응서의 애첩이 되었다. 사랑이 무르익을 무렵 왜군들이 쳐들어와 의병들이 일어서고 김응수의 군대가 목숨을 내놓고 평양성을 사수하려 했지만 함락의 위기에 놓인다. 김응수는 어렵게 계월향을 불러 앉히고 "지금으로서는 왜군의 사기를 꺾어 전세를 뒤집는 길은 적장의 목을 자르는 것 뿐이오"라고 결연히 말하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풍전등화의 평양성은 함락되었고 계월향은 포로로 잡혀 적장 고니시 히 앞에 끌려간다. 고니시 히는 그녀의 미색에 반해 그녀를 옆에 두게 된다. 그녀는 김응서의 결연했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고니시 히의 첩 노릇을 하면서 기회를 엿보기로 하고 고니시 히에게 교태를 부려 환심을 샀다. 고니시 히는 그런 계월향을 사랑했다.
그녀는 비밀리에 김응서와 연락을 하여 우연을 가장하여 성 아래를 지나가게 한다. 고니시 히와 함께 이 모습을 내려다보던 계월향은 고니시 히에게 "장군님, 저기 지나가는 이가 제 오라비입니다. 부디 한 번만 만나게 해주십시오"라며 눈물로 간청을 해서 김응서를 성안으로 불러 함께 지내게 된다.
며칠 후 고니시 히는 큰 연회를 열었다. 계월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고니시 히로 하여금 연거푸 술잔을 들게 했다. 그는 대취해서 깊은 잠에 떨어졌다. 김응서는 단칼에 고니시 히의 목을 쳐서 살해했다. 두 사람은 성을 탈출하기 위해 내달았으나 왜군에게 발각되어 체포될 위기에 놓인다.
계월향은 두 사람이 무사히 탈출할 수 없게 된 것을 간파하고 지니고 있던 비수로 자신의 배를 깊이 그었다. 눈을 감지 못하는 그녀를 뒤로하고 김응서는 탈출에 성공한다. 왜군은 장수를 잃고 대혼란에 빠진다. 이듬해 1월, 김응서는 평양성을 수복한다.
임란이 끝나고 그녀가 배를 갈랐다는 고개를 '배를 가른 고개'라 하여 '가루개'라 부르고 그 일대를 '월향마을'이라 칭하게 되었다. 평양 사람들은 계월향의 순절과 충렬정신을 기리기 위해 사당 '의열사'를 세웠다.
만해 한용운은 훗날 '계월향이여'라는 시로 그녀의 넋을 위로한다.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그대는 아리땁고 무서운 최후의 미소를 거두지 아니한 채로 대지의 침대에 잠들었습니다./나는 그대의 다정을 슬퍼하고 그대의 무정을 사랑합니다./대동강에 낚시질하는 사람은 그대의 노래를 듣고/모란봉에 밤놀이하는 사람은 그대의 얼굴을 봅니다./아이들은 그대의 산 이름을 외우고/시인은 그대의 죽은 그림자를 노래합니다./사람은 반드시 다하지 못한 한을 끼치고 가게 되는 것이다./그대는 남은 한이 있는가 없는가, 있다면 그 한은 무엇인가./그대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그대의 붉은 한은 현란한 저녁놀이 되어서 /하늘 길을 가로막고 황량한 떨어지는 날을 돌이키고자 합니다./그대의 푸른 근심은 드리우고 드린 버들실이 되어서 /꽃다운 무리를 뒤에 두고 운명의 길을 떠나는 저문 봄을 잡아매려 합니다'.
계월향이 남긴 시로 '그대를 보내며'라는 작품이 있다. 그대가 김응서라는 단서는 없다. '대동강 가에서 정든 임 보내니/천 개의 버들가지로도 우리 임 매어주지 못하네/눈물 머금은 채 서로 마주보며/애간장 끊어지는 슬픔을 삼킬 뿐이네'.
/김윤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