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는 지난 2006년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이듬해 7월부터 시행됐다. 지방자치제의 폐단을 막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통제장치 수단이다. 주민들은 단체장의 독단이나 심각한 행정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일정한 절차를 거쳐 투표를 통해 단체장을 제재할 수 있다. 시행 이후 전국에서 3차례 주민들이 단체장 소환에 나섰으나 무산됐다. 효력 발생을 위한 최소 투표율(33.3%)에 미달한 때문이다.
과천시민들이 김종천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에 나섰다. 법정기준인 7천877명을 초과한 8천308명이 청구인서명했다고 한다. 과천선관위는 주민소환투표 청구요지를 공표하고 김 시장에게 소명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7월 초에는 찬반투표할 전망이다. 시장 직무는 주민소환투표안이 공고됨과 동시에 정지된다.
시장에 대한 소환 추진은 부동산 정책이 발단이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공급물량을 확대하기 위해 과천종합청사 유휴부지에 공공주택 4천 호를 공급한다고 했다. 김 시장은 이에 반대하며 주택 입지예정지에 천막청사를 설치하고 적극 반대에 나섰으나 막아내지 못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에 성공해야 청사부지를 지킬 수 있다며 소환에 나선 것이다.
김 시장 측은 시정의 오류나 독선이 아닌 정부정책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환에 나선 건 제도의 취지와 부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선 천막 행정까지 하면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는데도 주민소환에 나선 것은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2007년 하남시에서는 광역화장장을 유치했다는 이유로, 2011년 과천에서는 임대주택건설을 막지 못했다며 주민소환이 추진돼 '법의 취지에 맞느냐'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하남은 행정 공백이 장기화했고, 과천은 고소·고발이 20여 건에 달하는 등 부작용을 빚었다.
과천은 벌써 지역 내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소환추진위는 선관위에 대해 공익감사청구를 했고, 청구인 대표는 대리서명 등 사문서위조혐의로 피고소인이 됐다. 앞으로 절차에 따라 시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일시적인 행정공백이 불가피하다. 단체장의 독선이나 부정이 아닌 행위로 소환이 추진되는 게 법 정신에 맞느냐는 의문이 여전하다. 소환 요건에 대한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범위 제한 등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사설] 정부정책 못 막았다는 이유로 소환되는 과천시장
입력 2021-05-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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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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