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도서관 신설과 확충에 주력하면서도 정작 서비스 향상을 위한 예산 편성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신규 도서관은 늘어나는데 예산은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무르면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시민들을 위한 도서관의 서비스 질이 떨어지면서 민원의 대상이 되는 실정이다. 시민들에게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에도 불구, 도서관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방역 등의 이유로 가뜩이나 외부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공공도서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공공도서관의 수준에 따라 도시의 품격이 달라진다. 도내 지자체들도 시민 여가활동을 돕고, 독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도서관 건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 운영비 부족으로 인해 민원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인문학 도시를 표방하는 수원시의 경우 공공도서관을 늘려 모두 20개의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으나, 운영 예산은 최근 3년 동안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155억원이던 운영 예산은 올해 97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도서관 이용 만족도를 높일 핵심 사안인 도서 구입비 마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지자체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용인시의 도서 구입비는 2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억원가량 감소했다. 용인시는 특히 올해 안에 2곳의 도서관을 개관할 예정으로, 한정된 도서 구입 예산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우려되고 있다. 공공 도서관을 신설하거나 규모를 늘리고 있는 다른 지자체들도 정작 도서관 운영 예산 확보에는 소극적인 실정이다.

수십만권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이라도 꾸준하게 신간을 사들여야 한다.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하고 이용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다. 인기 있는 도서를 빌리기 힘들고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현실에서는 시민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 도서 구입비가 아니더라도 신규 도서관은 늘어나는데 운영비가 줄어드는 현상은 정상이 아니다. 더구나 도서관의 핵심 소재인 책을 사들일 돈이 모자란다면 시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도서관 확충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운영비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