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를 뽑는 예비경선에서 1위를 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당원투표에서도 1위를 한 나경원 전 의원과 불과 1% 포인트 차밖에 나지 않았다. 이 전 최고위원의 당권 쟁취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의 신진들의 활약은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
첫째, 국민의힘에 불고 있는 변화와 쇄신의 바람이다. 이준석 후보뿐만이 아니라 예비경선에서 탈락했지만 김웅, 김은혜 의원 등 초선의 도전 자체가 보수정당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와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사과하고 참회했다. 국민의힘에 씌워져 있던 족쇄를 형식적이건 실질적이건 해체했다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게다가 대표 경선에서의 예상치 못한 전개 양상은 수구정당과 꼰대정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온 국민의힘으로서 혁신의 계기를 마련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 일이다. 계파논쟁 프레임으로 기득권을 유지해 보겠다는 중진들의 생각은 진부하고 퇴행적이다.
둘째, 다선·중진 위주의 서열 문화, 정치적 유불리에 집착하는 정당이기주의와 구태한 정치문법들이 바뀌지 않으면 정치교체는 불가능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직업적 이해(professional interests)에 충실한 정치꾼들에 대한 환멸이 여론조사에 반영된 결과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지만 중진 대 신진, 세대교체 등의 진부한 프리즘으로 이 상황을 봐서는 안 된다.
셋째, 세대교체가 정치교체와 혁신의 충분조건이 될 수 없지만 기존 패러다임의 교체를 위해 인적 쇄신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일천한 경험을 나무랄 게 아니라 장년과 청년의 조화라는 긍정적인 관점에서 변화를 전망하고 분석해야 한다.
넷째, 4월 재보선의 참패 이후에도 이렇다 할 쇄신을 선보이지 못하는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변화를 무겁고 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의 조국 전 장관 저서에 대한 평가는 민주당이 아직도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여야 모두 초재선이 소장 정치인으로서 정치개혁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는 터에 이준석의 예상을 넘는 지지율은 한국 정치에 던지는 경고다. 정치교체는 사람만 젊어진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변화를 상징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세대교체다. 그 지점이 정치교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사설] '이준석 돌풍'의 정치적 의미
입력 2021-05-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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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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