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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낮아지고

물은 높이 올라간다



산은 깎여 내려앉고

물은 살이 쪄 차오른다

유용주(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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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있어야 할 것을 갈망한다. 작은 것은 큰 것을, 적은 것은 많은 것을, 낮은 것은 높은 것을, 짧은 것은 긴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있어야 할 것이 충만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며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생긴다. 이 관계는 다른 것에 대한 비교로서 감각되며 상대적이라는 점에서 대상을 필요로 한다. 산을 지향하는 사람은 산을 통해 산 같은 사람이, 물을 지향하는 사람은 물을 통해 물 같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태산처럼 높은 욕망도 산을 오를수록 낮아지고, 물처럼 흐를수록 높고 깊은 곳에 다다를 수 있다. 고개를 내미는 '봄꽃' 또한 '산은 깎여 내려앉고 물은 살이 쪄' 피어나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차오른' 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