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따라 시작된 정부 합동수사에서 공직자들의 땅 투기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공직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가족과 지인, 동료 직원까지 끌어들여 개발지구 내 땅을 사들인 사실도 확인됐다. 다양한 투기 수법이 적발됐고, 공공과 민간이 망라됐다. 정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부동산 투기 조사·수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3월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가 출범한 지 3개월 만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총 646건, 2천800명에 대한 수사를 통해 20명을 구속하고 52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별도의 직접 수사를 통해 기획부동산 등 14명을 구속했다. 국세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은 454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중으로 94건, 534억원의 세금을 추징할 예정이다. 부동산 불법대출과 관련, 금융위와 금감원은 43건, 67명을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 부동산 투기와 관련한 다양한 탈법 행위가 적발됐다. 전직 차관급 기관장과 국회의원, 기초자치단체장, 시·군의원,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까지 공직자들이 내부정보를 활용해 토지를 매입한 혐의가 확인됐다. 수사본부는 이들 중 내부정보를 이용한 공직자 9명을 구속하고 287명은 계속 수사 중이다. 공직사회 내부에 형성된 부동산 투기 심리와 도덕 불감증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LH 신도시 담당 직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친인척, 동료 직원들과 함께 광명·시흥지구 내 토지를 사들였다는 의혹도 수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민간 부문에서도 기획부동산 등이 청약통장 관련 불법 행위를 알선하거나, 지역 주택조합장이 불법적 투기를 공모한 정황이 다수 확인됐다. 농지투기를 조장하는 불법 농업법인 107개, 개발 호재가 있는 것처럼 속여 투자금을 편취한 기획부동산 업체 64개를 특정했다. 농업법인 및 기획부동산 업체 대표 4명이 구속됐고, 199명이 수사를 받고 있다.
중간 수사 결과만으로도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는 심각한 부동산 투기 실태가 드러났다. 정부는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이참에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린 투기 심리를 걷어내기 바란다. 김 총리도 "이번 사건을 부동산 시장에서 공정과 가치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많은 국민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후반부를 주시하고 있다.
[사설] 속속 드러나는 땅 투기 공화국 실태
입력 2021-06-0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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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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