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방안을 밝혔다. 공공 토지개발과 주택공급을 실행하는 공기업 직원들이 개발정보를 독점해 신도시 투기를 벌인 사실에 전 국민이 공분했던 만큼, LH 혁신에 대한 국민적 관심 또한 지대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혁신방안은 LH의 기능축소와 재발방지에 집중됐다. 혁신의 핵심인 조직개편은 미뤄졌다.

우선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를 국토교통부로 회수했다. LH는 이제 신규택지 계획 업무에서 제외된다. LH의 고유업무와 관련 없는 사업들도 모두 관련 공사에 이관한다. 특히 지역 공공개발 사업도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한다. 혁신안의 요체는 LH를 국토부의 공공 토지주택사업 계획을 실행하는 원청 공기업으로 격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천명 이상의 인력도 감축된다.

내부자 투기와 갑질 방지 대책은 위압적이다. 전 직원에게 재산등록 의무를 지우고, 실사용 목적 외 토지취득을 금지했다. 직원의 토지 투기를 감시할 준법감시관을 채용하고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한다.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도 임원 7명에서 2급 이상 간부 529명으로 확대했고, 이들의 인건비는 향후 3년간 동결했다. 신도시 투기가 발생한 시점의 기관 경영평가를 수정해 임직원 성과급도 회수한다고 강조했다. 임직원에 대해 연대책임을 묻고 벌칙을 부과한 셈이다.

정부의 혁신방안을 보면 반사적으로 의문이 치솟는다. 비대하고 방만한 LH 사업구조 혁신, 내부직원들의 투기 방지와 공룡공기업의 갑질비리 방지대책은 이미 작동되고 있어야 마땅할 상식적 행정이었다. 혁신안은 비대한 공룡 공기업 LH의 방만한 경영을 방치하고, 내부비리를 통제하지 못했다는 정부의 직무유기 자인서다. 국민 분노가 터지자 뒤늦게 당연히 시행됐어야 할 제도와 내규를 부랴부랴 만들고, 분노의 수준에 맞추느라 전 직원 재산등록, 토지취득 금지와 같은 위헌적 규제를 보태는 법석을 떨고 있다.

LH 혁신의 요체는 공공 토지와 주택공급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정직하고 공정하게 수행하도록 만드는 일일 것이다. 2009년 출범한 LH는 공공의 이름으로 민간의 토지 및 주택시장을 지배하는 무소불위의 시장지배자가 됐다. LH 혁신은 양질의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공공토지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범위에서, 과도한 시장지배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 8월에 발표한다는 정부의 LH 조직개편 방향에 따라 혁신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