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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꽃이 피는데

그때 만나고 싶어요

쭈글쭈글 주름져 검버섯 핀 그녀의 손이

핸드폰을 꼭 잡고 물기어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할 때,

보이지 않는 먼지 가득한 지하철은 시끄럽기만 하고

말이 잘 안 들리는지 똑같은 말을 반복하네

그녀의 메마른 입술은 전동차 지나가는 소리에 갈라져

메아리치지만 동굴 속 먼 터널로 빨려나가고

흐느끼듯, 연꽃이 피는 다음 월요일에

그때 만나고 싶어요

그녀의 귓가에 붙어 있는 핸드폰이

그녀의 귓구슬 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그녀의 흰머리에서 금세 연꽃이 피어나네요

김영탁(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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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진흙 속에서 피는 꽃이라고 불리는 연꽃은 6월부터 개화한다. 연꽃의 꽃말로 배신, 청결, 신성 등이 있지만 '당신 모습이 아름다운 것만큼 마음도 아름답다'라는 한 문장의 꽃말도 있다. 우아미를 나타내는 아름다움은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사람마다 다르게 지각된다. 또한 아름다움을 단순히 표면적인 것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데 있다. 그것은 '쭈글쭈글 주름져 검버섯 핀 그녀의 손'에서도 미적인 것을 발견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그녀의 메마른 입술'에서도 '귓가에 붙어 있는 핸드폰'에서도 '그녀의 귓구슬 속'에서도 '그녀의 흰머리'에서도 미적인 것을 보게 된다. 이처럼 대상이 가진 모든 것들을 연꽃과 같이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것은, 그것을 구성하는 전체에 대한 경이로움의 인식이다. 이 인식을 사랑이라는 대상으로 말하자면 그녀를 그녀로 존재하도록 하는, 그 모든 것들이 그녀를 피워올린 보배로운 연꽃인 셈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