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건립 고려·조선까지 활용
군기지·도시개발 등 이유 허물어져
전체 230곳 중 180곳은 훼손·방치
문화재청은 "향토유적 지정" 주장
지자체는 예산 탓 꺼려… 관심 필요

역사 공부를 하다 보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산성(山城). 특히나 산이 많은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을 따져보면 산성의 쓰임새는 다양했습니다.
남의 것과 부분을 짓기 위한 경계로 쌓기 시작한 산성은 외적의 침입을 막고 지방의 행정 통치를 용이하게 하는 역할도 했습니다. 경기도에는 수원 화성과 성남·광주 남한산성이 세계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일부 산성은 문화재로 지정·복원돼 공원화돼 우리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산성들은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기도 합니다.
경기도문화재연구원 등에 따르면 도내 산성은 대략 230곳에 이릅니다. 이 중 수원 화성을 비롯한 남한산성, 독산성 등 19곳은 국가가 지정한 사적 문화재이고 용인 처인성, 안산 별망성지 등 25곳은 경기도 기념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5곳은 자치단체가 향토유적으로 선정해 자체 예산을 투입해 관리하는 중입니다.
나머지 180곳은 방치돼 있습니다. 대부분의 산성들은 삼국시대에 건립돼 고려, 조선 시대까지 활용하다 버려진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일부 산성들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들이 통신시설과 미사일 기지를 구축하면서 훼손됐고, 미군 철수 후에는 우리 군이 사용하다 시설확장 등으로 성벽을 허물기도 했습니다. 또 일부는 도시개발과 산업화 등으로 흔적이 사라졌습니다.
우리의 문화유산인 산성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문화재청은 경기 지역 산성의 관리를 위해서는 자치단체에서 먼저 향토유적으로 지정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것을 문화재로 정의하고 지정 절차 및 관리 등을 관련 법령에 따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정 주체별로는 국가지정문화재, 시·도지정문화재로 구분합니다. 국가 또는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되면 복원과정을 거쳐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관리합니다.
예산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문화재별 차이는 있지만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국비 100%가 지원되고 도 지정문화재는 국비(70%)와 도비(15%)가 지원됩니다. 하지만 향토유적의 경우 시·군비 자체 예산 만으로 복원과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치단체마다 향토유적 지정을 꺼리고 있습니다.
산성을 지키기 위한 지역주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화성 남양 동토성은 최근 복원이 진행됐습니다. 조만간 탐방로를 연계해 시민들이 산책과 문화재 탐방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합니다.
남양뉴타운 도시개발사업 추진을 앞두고 문화재 유적 발굴 조사를 통해 알려진 동토성은 신라 말에서 고려 초 사이 건립된 것으로 남양만의 해안과 섬들을 관할할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로 알려졌습니다.
재단법인 한성문화재연구원 김병희 원장은 방치돼 있는 180여곳은 산성들에 대한 현황 파악과 실태조사가 시급하다고 조언합니다.
그는 "훼손 여부에 따라 우선적으로 대상을 선정해 긴급정비를 하고, 역사적 가치와 보존 및 활용성 등으로 유적을 나눠 도 차원의 단계적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기초 학술 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문화재 지정 절차가 필요하며, 토지 매입과 학술발굴 조사, 문화재정비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사는 곳에는 어떤 산성들이 있나요? 또 우리가 산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와 방법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토론해봅시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