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연평 앞바다 꽃게잡이가 '흉작'이다. 꽃게 어획량이 매년 줄어들면서 인천 옹진군 연평도 어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꽃게 어장인 연평 해역은 산란기 꽃게 보호를 위해 해마다 4~6월과 9~11월 등 봄·가을 두 차례만 조업이 허용된다. 이달 말이면 봄 조업이 끝나는데, 올해는 유독 연평도 주변 해역에서 꽃게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인천 앞바다의 다른 해역에서의 꽃게 어획량은 전년보다 늘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올해 인천 해역의 꽃게 어획량은 762t으로, 전년 동기(513t) 대비 48.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평 해역의 꽃게 어획량은 지난해 69t에서 올해 67t으로 줄었다.

연평도 어민들은 인근 해역에 출몰하는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 때문에 꽃게 어획량이 급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어민들은 중국어선이 꽃게 조업 시기 이전인 2월부터 어린 꽃게까지 싹쓸이하는 탓에 연평 해역 어획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은 올해 중국어선 7척을 나포했는데, 이 중 6척이 연평 해역에서 조업하다가 붙잡혔다. 또한, 해경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퇴거한 불법조업 중국어선 413척 중 연평 해역에 머물던 선박은 339척(82.8%)에 달했다.

중국어선이 아닌 다른 요인으로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연평도 해역의 낮은 수온을 꼽았다. 꽃게는 산란을 위해 연안 쪽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는데, 수온이 낮으면 이 시기가 늦춰져 꽃게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가 발간하는 '서해주간해어황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연평 해역의 수온은 16.8℃로, 예년과 비교하면 0.9℃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꽃게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현지 어민들은 "연평에서 꽃게 잡는 어민들은 다 굶어 죽게 생겼다"고 푸념하고 있다.

연평도 앞바다는 서해5도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봄·가을 조업기 6개월간 꽃게잡이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의 어장이 말라 가도록 방관해서는 안 된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연평 해역 꽃게 어획량 감소에 관한 모니터링을 벌이는 등 원인 파악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장 보호는 해양주권 수호와 직결된 만큼 중국 어선이 함부로 넘보지 못하게 경기·경계 역량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