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나 때문에' 가사를 보면
상대방 '숨막히게 했던' 과오 인식
사랑에 집착해 이별, 후회를 하지만
엎질러진 물… 운명 수용할 수 밖에
네탓 만연 요즘, 내탓 인정 새롭다


고재경2021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반구저기(反求諸己)는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뜻이다. 또한 어떤 일의 잘못된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지 않고 내 탓으로 돌려 개선한다는 의미이다. 오래전 교수신문이 새해 소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선정한 낯익은 사자성어이기도 하다.

반구저기의 예를 알리가 부른 '나 때문에'(작사·김이나 작곡·조영수) 노랫말 속에서 탐색해보자.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혹시나 취해버리면/또 네게 전화할까봐/술 한 잔도 못해/전부 내 잘못이라서'. 화자는 자신의 연인과 헤어진 책임이 자기 '잘못'이라고 처음부터 인정한다. 혹시 취기에 상대방에게 전화해서 횡설수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한 괜히 연락해서 억하심정에 '애원'이나 '하소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분명한 사실은 화자가 상대방을 '숨 막히게 했던' 자신의 지난날 과오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연인의 마음을 질식하게 할 정도로 잘못한 결정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일종의 지나친 사랑의 집착이다: '너무 사랑하면 할수록/내가 병이 났었나봐/너를 숨 막히게 했던 날 알아'. 남녀가 처음 만나 연정이 싹 트고 만나면 만날수록 서로 그리워한다. 이러한 사모의 정이 깊은 사랑으로 발전하기까지 인고의 세월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화자는 이 과정에서 연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상사병에 걸린다. 사랑의 불길이 너무 뜨겁게 불타오르면 언젠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는 법이다. 이른바 '사랑의 과유불급'이라고나 할까 싶다. 연애 중인 상대방이 좋아 사랑하는 단계까지 진입하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하지만 불꽃 같은 사랑의 와중에서 상대방의 숨이 막힐 정도로 과도한 애정 공세를 펼치면 꼭 탈이 난다.

화자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자신의 곁을 떠난 연인에 대한 일말의 재회 꿈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모두 나 때문에/전부 나 때문에/떠나간 내 사랑/어떻게 하나/조금 덜 사랑하면/달라질 수 있겠니/다시 올 수 있겠니/뭐든 해볼게/왜 이렇게 망가진 거야 내가'. 화자의 이러한 재회 희망은 사실상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연인에 대한 일종의 편집증적인 강박관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대가 언제라도/날 버릴 것 같았어/너를 사랑하면 할수록/자꾸 초라해지던 나/괜히 모든 것을 의심했던 나'. 화자는 편향된 자아의식의 고집을 내세우면서 상대 정인을 신뢰하지 않고 '의심'하려 한다. 따라서 그에게는 정인을 사랑할수록 '모든 게' 자신감이 결핍될 수밖에 없다. 결국 그는 처절하게 '망가진' 자신을 되돌아보며 떠나간 사랑에 대한 후회를 거듭한다.

곡명 '나 때문에' 후반부는 화자의 이별 장면을 회상한다: '그날 니 얼굴을 잊지 못해/마치 애원하듯/내게 이별을 말하던 너를/결국 나 때문에/모두 나 때문에/전부 나 때문에/떠나간 내 사랑 어떻게 하나'. 마침내 화자의 연인은 '애원하듯' 화자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이별 요구를 애처롭게 사정하듯 간절히 바라는 연인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능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또한 연인의 이러한 애원을 눈앞에서 바라보는 화자의 심정도 아마 가슴이 쓰라리고 찢어지는 아픔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제 화자는 이별의 운명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린다. 별리의 아픔을 인정하고 모든 게 자신 때문에 발생한 현실을 '바보처럼' 직시한다: '나를 덜 사랑한 건/니가 아니었어/이제서야 알았어/바보처럼/왜 이렇게 망가진 거야 내가'.

곡목 '나 때문에' 화자는 연인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관계에 봉착해 있다. 따라서 이별의 책임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반구저기의 자세를 취한다. 화살이 빗나가면 궁수는 과녁을 탓하지 않고 자신을 탓해야 한다. 화살을 명중시키지 못했다고 해서 과녁을 문제 삼으면 문제 해결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대부분의 경우 네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볼썽사나운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두 내 탓으로 돌려 잘못을 인정하고 후일을 기약하는 반구저기의 의미가 더욱 새롭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