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최갑수 지음. 상상출판 펴냄. 256쪽. 1만5천원

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팬데믹 시대에 자유로운 여행이란 어느 순간부터 가장 소원하는 일 중 하나가 됐다. 여행지의 낯섦이 주는 흥분과 설렘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또 여행은 온전히 나를 되돌아보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시인이자 여행가인 최갑수 작가의 '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는 여행을 하고, 여행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풍경과 생각의 단편을 선사한다.

책은 2012년 출간돼 꾸준한 사랑을 받은 저자의 사진에세이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를 새롭게 편집해 선보였다.

저자가 14년간 발길을 옮겨 다닌 120여 개의 도시, 그 속에서 마주친 사람과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막 한가운데의 그림자, 길거리에서 과일을 파는 여인들, 불빛으로 가득한 도시의 밤, 힘차게 쏟아지는 광활한 폭포 등 작가가 찾아 헤맨 아름답고도 그리운 찰나의 순간들이다.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글과 사진 속에서도 낯선 곳의 모습이 주는 위로의 힘이 느껴진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떻게 그리워하는 것들을 만들 수 있었을까."

저자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랑을 찾기 위해 길 위를 걸었다. 책은 우리가 모두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면서도, 이러한 외로움을 잊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저자의 진심을 발견하게 한다.

특히 책 속의 글과 사진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저자의 통찰과 그에 대한 흔적이 묻어난다. 저자는 타지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라는 존재에 집중하고 또 탐색한다. 이러한 여행의 의미를 통해 우리는 어느새 소극적으로 변해버린 자신과 불투명해진 미래에 대한 회복과 치유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