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 세탁 관련 혐의거래 등 금융정보를 수집하여 국세청, 관세청, 검찰, 경찰 등에 제공하는 '특정금융거래정보'가 있다. 정당하지 않은 소위 '검은 자금 거래'의 자료가 수집되는 정보이다. 금융위원회 소속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담당기관이다. 이렇게 제공되는 금융거래정보가 그동안 지방정부에는 무용지물이었다. 법률이 정한 정보제공 대상에서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방정부가 철저히 서자(庶子) 취급받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30여년의 세월이 무상하게도 말이다.
행정안전부와 경기도 등 지방정부는 중지를 모아 지방세 분야도 단일 창구를 통해 금융정보분석원이 보유한 '특정금융거래정보를 지방정부가 제공받아 체납액 징수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지난해 7월 발의 이후 1년 넘는 기간 동안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안 소위 자체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올해 지방세 고액·상습체납자는 1만568명에 체납액은 4천33억원에 이르고 있다. 부도나 폐업, 경제적인 여건으로 인하여 체납한 사례도 있지만 고의적으로 세금납부를 회피하는 이른바 '악성 고질체납' 행태가 존재하고 있고 점차 방법도 지능화, 다양화하고 있다. 이렇게 진화되는 체납에 대처하기 위해 금융정보의 빈곤 속에서도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많은 체납시책과 새로운 징수기법을 발굴하여 체납징수의 사각지대를 좁혀가는 노력을 해 왔다.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부동산 경기의 지속적 침체와 장기불황으로 체납자가 증가하고, 고액·상습 체납자가 급증함에 따라 적극적인 타개책으로 도내 31개 시·군을 8개 권역별로 나누어 '광역체납처분기동반' 56명을 출범시켰다. 이는 광역정부가 직접 징수권을 강화하는 방식이 아닌, 31개 시·군과의 협력 거버넌스 구축 등을 통한 징수행정을 개선한 것이다. 시·군에 위임된 징수 권한을 회수하는 방식에서 실태조사 및 지원조직 구성을 통하여 시·군 단위의 징수율을 개선하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추진한 것이다.
최근에는 고의·악의적으로 재산을 빼돌려 세금을 내지 않은 '사해행위(詐害行爲)'에 대하여 전례가 없는 11만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사해행위 의심자 189명을 적발하고 최종적으로 35명의 사해행위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개인 간의 채권채무에서나 다뤄졌던 '사해행위'에 대하여 대대적인 메스를 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도 저인망식으로 파고들어 갔다. 체납자 14만명을 대상으로 가상화폐 보유내역을 전수조사해 1만2천613명의 체납자에게서 가상화폐 530억원을 적발, 압류 조치하였다. 이는 체납자 가상화폐 단일 조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회원의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성명과 생년월일만 수집,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회원 가입 시 본인 인증 절차에 사용된 체납자의 휴대폰 번호 확보가 필수적이다. 최근 10년간 체납자가 사용한 휴대폰 번호를 1개에서 많게는 12개까지 확보해 거래소의 회원정보와 대조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4개 거래소에서 단일 조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만2천613명의 체납자와 가상화폐 530억원을 적발해 압류 조치했다. 이들의 총 체납액은 542억원에 이른다. 그 노력이 실로 눈물겹다.
국세의 경우 특정금융거래정보를 활용한 체납징수액이 최근 3년간 1조5천억원에 달하고, 세무조사 추징세액은 2019년 기준 한 해에만 2조4천억원에 이르는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정금융거래정보를 활용하여 그동안 경기도에서 발굴하였던 모든 체납시책이 한층 완성도 높게 추진될 것으로 확신한다.
국회에서 오랜 기간 동안 동면(冬眠)하고 있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되어 지방정부가 진정한 공정과세를 실현하는 체납정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소원해 본다. 그것이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243개 지방정부의 염원이자 조세정의 실천이다.
/김민경 경기도 조세정의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