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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란 인천숭의초 교장
얼마 전, '오퍼레이션 피날레'라는 영화를 봤다. 여러 사안으로 머리가 아프던 차에,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액션 영화(제목만 보면)라고 짐작하고 감상을 시작했다.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고, 머리는 더 복잡해졌다. 휴식으로 시작한 영화가 더 무거운 질문의 숙제로 남았다.

영화의 배경은 아르헨티나, 이스라엘의 모사드 요원들이 나치 전범인 아이히만의 은거지를 찾아내고 작전을 펼쳐 예루살렘의 법정에 세운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했으면서도 자신은 작은 역할만 했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며, 그 추악함에 악마를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거대한 역사의 서사 속에서 하나의 부분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잔혹한 범죄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고, 그러한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 치가 떨렸다. 그런데 이러한 일은 과연 영화와 다른 나라의 역사 속에만 있는 것일까? 


교장공모제 조직적 비리
검찰조사서 사실로 밝혀져


인천교육의 한 일원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소식이 연일 보도돼 마음이 무겁다. '설마 아니겠지?', '설마 교육자가…'라는 생각을 되뇌며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참교육을 기치로 내세우며 순수성을 강조했던 이들이 교장공모제에서 조직적인 비리를 저질렀다는 혐의가 검찰조사에서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도 갖고 있었지만 이런 기대는 무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 28일 비리에 연루된 피의자들에 대한 중형이 구형되었다.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 우리 교육에 대한 회복의 목소리가 높은 지금, 고위 교육 관료들의 이러한 행태는 의혹만으로도 지탄받아 마땅한데 잘못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교육계의 수장, 게다가 본인의 최측근 보좌관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깊이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

이러한 비리의 전말에 대해 알았다면 함께 처벌받아야 하지만 몰랐다고 해서 침묵으로 일관할 일은 아니다. 리더의 위치가 어려운 이유는 모든 조직의 책임을 본인이 짊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최측근 보좌관이 저지른 일
인천 교육계의 수장으로서
침묵으로 일관할 일 아냐


최측근의 비리를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뒤늦게나마 알았다면 읍참마속(泣斬馬謖) 해야 했다. 산하 기관으로 발령을 냈다는 것은 잘못을 감싸주려 했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학교였다면 이런 일이 있으면 직무 정지부터 시키고 사건의 추이를 보며 필요한 조치를 했을 것이다. 여러모로 본인의 입지와 관련 있는 사안이어서인지, 아니면 믿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의 침묵은 옳지 못하다.

이번 사건에 관계된 이들과 교육감 모두 특정 단체 출신이라는 점도 짚어보아야 한다. 작은 일 하나하나에도 과할 정도의 성명을 내던 이들이 지금의 문제에 대해서는 논평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을 그대로 보여준다. 공정함을 내세우면서 정작 본인들은 문제 유출까지 하는 추악한 짓을 했으면서, 이러한 모습에 공식적인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도덕적 흠결은 결국 모든 것을 무너뜨리게 된다. 더구나 도덕성을 갖춰야 할 교육자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본인들이 공정치 못한 상황에서 아이들의 인권, 평등을 운운하는 것은 아무런 설득력도 갖지 못한다.

교육감은 지금이라도 당장 인천시민들에게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이미 때는 늦었지만 시인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그런데 사과는커녕 자신만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의 교육을 논한다거나 공정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교육의 회복이 중요한 지금, 선심성 정책으로 환심을 사려 하기 전에 냉정하고 뼈아픈 자성(自省)의 태도를 먼저 보이기 바란다.

/박승란 인천숭의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