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2개월여를 남겨둔 문재인 정부의 집권 5년을 평가할 20대 대통령선거가 임박했다. 정권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대선 결과로 정해지겠지만, 임기말에 드러난 각종 현안과 관련한 지표와 현상은 문재인 정부의 실력을 측정할 수 있는 가늠자로 충분해 보인다.

정부는 1일 방역패스 폐지, 확진자 동거인 격리의무 삭제 조치를 단행했다. 백신 미접종자들도, 확진자 가족들도 자가 진단 없이 마음껏 음식점 등 대중시설 출입이 가능해졌다. 사실상 전국민 자연 집단면역으로 전환한 것이다. 당연히 현장에선 일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재택치료자에 대한 생활필수품 지급 예산이 소진된 지자체가 속출하고, 학교는 학생들을 등교시킬지 말지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 경증환자를 집에 몰아넣고 대책이 없다. 정부의 위드코로나 방역의 근거는 오미크론의 낮은 사망률이다. 하지만 감염률이 워낙 높아 사망자는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K-방역은 이제 오미크론의 정점을 학수고대한다. 오미크론이 K-방역의 최종 무기가 된 역설적인 현실에 지난 2년의 생고생이 무색해졌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60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조속한 정상가동을 재촉한 것에도 어안이 벙벙하다. 취임하자마자 탈원전을 선언한 뒤 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조기폐쇄를 단행한 대통령이다. 원전 없는 2050 탄소제로 시대를 임기내내 강조한 대통령이다. 임기 중 행한 탈원전 국정은 정체가 모호해졌다.

정부의 외교 실력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도마에 올랐다.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 국가들이 러시아 경제제재에 연대하는 동안 우물쭈물하다가 게도 구럭도 놓친 형국이다. 결국 미국은 러시아 수출통제 조치 면제국가에서 혈맹인 한국만 제외했다. EU 회원국과 영국, 일본, 캐나다 기업은 러시아 수출 때 자국의 허가를 받으면 되지만, 우리 기업은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러시아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 규제에 동참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다. 반면에 우리가 눈치 보던 러시아는 우리의 제재 동참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명분 있는 자유연대에 이탈했다가, 동맹국 미국은 물론 러시아로부터도 내동댕이 당한 것이다.

임기 말에 드러난 문재인 정부의 실력을 국민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