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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인천지원장
평생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산다면 큰 복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작든 크든 병을 앓는다. 아픈 사람들이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고 그러한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이는 사회적 위험요인이다. 질병이라는 사회적 위험요인을 많은 국가에서는 건강보장이라는 국가제도로 해결하고 있다. 국가제도로서의 건강보장은 조세로 재정을 조달하고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보건서비스 방식이거나, 독일을 중심으로 발전한 사회보장방식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후자로 1963년 의료보험법을 제정하고 시범사업을 거쳐 1977년 본격적으로 제도가 시작되었다. 2000년 7월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면서 명칭도 의료보험에서 건강보험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 건강보장제도가 운용된 지 40년이 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찬사와 부러움을 보내는 성과도 있다. 그러나 환자 입장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어떠한가? 건강보험이 안되어 비싼 치료비를 내거나 중증질환으로 치료했는데 생각보다 치료비가 많이 나온 진료비영수증을 받아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신약·최신 의료기술 절차 거쳐 목록에 등재
비용대비 효과 여부따라 '급여·비급여' 구분


건강보험제도는 3천270만명(2020년 기준)의 국민이 낸 '보험료'로 운영된다. 2020년 기준 연간 63조1천114억원의 보험료가 부과되었고 보험료로 축적된 보험재정은 진료비 지급과 운영비용으로 사용된다. 작년 한 해 진료비 지급으로 지출된 보험재정은 70조1천654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이다.

건강보험재정은 한정적이다. 다시 말해 쓸 돈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한정된 보험재정을 합리적으로 지출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어디까지 보험적용 범위로 할지와 절차 등을 정하고 있다. 고가의 약이나 최신 의료기술이 건강보험으로 적용되려면 절차를 거쳐야 하고 보험급여원칙에 맞는지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에서 정한 급여범위는 질병, 부상, 출산 등에 대한 진단, 치료, 예방, 재활, 간호, 이송이다. 미용이나 성형목적, 단순 피로해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 치료 등은 제외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질병 치료에 해당하여도 보험재정에 막대한 영향이 있는 경우는 재정상황을 고려, 급여적용시기를 정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초음파검사이다.

건강보험에는 보험이 되는 '급여목록'과 보험이 되지 않는 '비급여목록(또는 대상)'이 있고 약제의 경우는 급여목록만을 가지고 있다. 신약이나 최신 의료기술은 절차를 거쳐 목록에 등재된다. 목록 등재는 신청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평가절차를 거쳐 급여와 비급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럼 급여 목록과 비급여 목록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 여부다. 비용이 고가이고 효과가 낮거나 불분명하다면 보험재정을 사용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기준은 효과가 확립되기까지의 긴 시간 동안 비싼 치료비를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중증질환에서 행해지는 의료기술이라면 문제점은 더 클 것이다.

재발성 백혈병 항암제 '킴리아' 1년간 평가
4월부터 적용 '약제비 5억→600만원'으로 ↓


이러한 문제점으로 2014년부터 의료취약계층 적용 여부, 유병률, 삶의 질, 의료적 중대성 등을 반영한 '사회적 요구도'를 평가하여 비급여가 아닌 예비적 급여(적정한 보험수가를 책정하고 필수급여보다는 환자부담비율을 높인 급여방식)에 포함해 환자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2021년 12월에 발표한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65.3%이다. 중증질환의 경우는 82%이고 진료비가 많이 나오는 대형병원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70% 정도이므로 치료비가 많이 드는 질병에서는 OECD국가의 보장률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재발성 백혈병 환자에게 사용하는 원샷 항암제라고 불리는 킴리아가 꼬박 1년의 평가를 거쳐 올해 4월부터 보험이 된다. 건강보험이 되면서 환자가 부담하던 5억원의 약제비가 600만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건강보험으로 질병의 사회적 위험요인을 분산시킨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혜택만을 누릴 수 없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절차에 따라 확대하고,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전한 보험재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해야 할 것이다.

/장인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인천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