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에서 법인 소유 다세대주택에 사는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주택 전셋값이 매매가를 추월하자 '갭투기'로 인한 깡통전세와 역전세가 속출하면서 임차인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국토교통위원회 김두관(민·경남 양산을)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시도별 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인천은 법인이 다세대주택 전세보증금을 미반환한 사례가 2019년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다가 올해 7월 84건(128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 계약 종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보증기관에서 전세금을 대신 돌려주는 보험 상품이다.
3년새 사례 급증, 전국 33.2% 차지
양도세율 낮아 임대사업 확산 추세
임차인이 법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전국 사례는 2019년 6건에서 올해 7월 253건으로 늘어났다.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됐다. 인천은 올해 7월 기준 전국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 건수의 33.2%를 차지해 서울(48.6%) 다음으로 많았다. 경기가 44건(17.4%)으로 그 뒤를 이었다.
법인 소유 다세대주택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례를 살펴보면 건수와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인천은 2019년 피해 사례가 없었으나 2020년 1건(3억원), 2021년 12건(12억원), 올해 7월 84건(128억원)으로 집계됐다.
법인 소유 다세대주택의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늘어난 이유는 개인보다 상대적으로 양도세율이 낮은 법인 형태 임대사업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는 법인과 개인에 따라 세제가 다르게 적용되는데, 법인은 개인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양도세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법인에 적용하는 양도세율에 10%에서 20%를 중과세하면서 법인 임대사업이 한풀 꺾였으나 개인과 비교하면 여전히 유리하다.
인천이 매력적 투기처로 떠오른 것도 전세보증금 반환 피해를 키운 요인이다. 인천은 서울 등 수도권 다른 지역보다 지가가 저렴하다 보니 개발업자와 임대사업자 간 나눠먹기식 투기가 성행했다. 2~3년 전만 해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법인이 전셋값과 매매가 차액으로 주택을 매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주택 전셋값이 매매가를 추월하자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속출하게 됐다. 특히 다세대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거래량이 많지 않은 데다, 시세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임차인이 전세 사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대비 땅값 저렴 갭투기 성행
"보증금 최소화·월세로 계약" 제언
전문가들은 부동산이 내림세 국면을 맞이한 상황에서 전세 대신 월세 형태의 다세대주택을 계약해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 불가피하게 전세 주택을 계약할 땐 전세자금 보증상품에 가입하고 임대차 신고를 통해 우선변제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인천은 땅값이 저렴하고 주거 수요도 많기 때문에 임대업을 위한 법인, 즉 투기 법인이 갭투자를 했던 주요 지역 중 하나였다"며 "깡통전세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신축 빌라는 보증금을 최소화하고 무조건 월세로 계약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젊은 층은 당장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그래프 참조·관련기사 3면("깡통전세 피해 최소화"… 정부, 인천에 지원센터 설치키로)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