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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 밟으면 눈이 트인다 // 해와 달 삽질한 // 산그늘 내린 밭이랑에서 // 수정알 구르는 소리 // 바람결 따라 부서진다 // 발목이 페달 길게 끌고 가면 // 어디서나 네 길은 열리고 // 쓰러지지 않는다 // 하늘에 안테나 높이 세워 // 한사코 가야 할 // 황톳길 등골나무 흰물결 숲을 지나 // 마지막 팔천 리 다윗 성곽 빛 좇아 // 주인 못 만나 풀 죽은 풀꽃 // 하나하나 이름지어 생명록 올릴 적 // 녹색옷 입는 내 영혼

-안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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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 시인
우주에 속한 모든 행성은 인력에 의하여 자리를 유지하고 공전과 자전 또는 끊임없는 폭발로 공간적으로 떨어진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을 갖는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류는 바퀴를 발명하였으며 바퀴를 이용한 자전거는 획기적인 문화를 이뤄내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발명품은 바퀴다. 이것으로 인하여 모든 것은 속도를 가지게 되었고 자전거는 바퀴를 이용한 대표적인 발명품이다. 바퀴는 굴러가지 않으면 멈추고 멈췄을 때는 넘어진다. 끝없이 페달을 밟아야 설 수 있으며 속도를 가진다. 사람의 삶과 똑같아 멈춘다면 끝이다. 안재찬 시인은 자전거 위의 삶이 어떠한 과정에 의하여 나갈 수 있으며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를 가리킨다. 페달을 밟아야 눈이 뜨이고 해와 달이 번갈아 가며 뒤집은 산그늘에서 바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쓰러지지 않는다. 삶은 황톳길을 개척하는 미지의 영역이다.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도 없다. 가면서 지혜의 성인 다윗을 만나고 풀 죽은 풀꽃을 만나지만 페달에서 발을 뗄 수가 없다. 그러나 힘이 없어도 용기를 잃지 않으며 출발했을 때의 푸름을 간직한다.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나가는 자전거를 삶에 비유하는 시인의 가슴은 아직도 뜨겁다.

/이오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