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라이프, 혐오와 매혹 사이┃미셸 파스투로 지음.고몽만 옮김. 미술문화 펴냄. 238쪽. 2만2천원

중세 유럽에서 줄무늬는 혼란을 일으키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으로 인식됐다. 무늬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아 시선을 혼란스럽게 하는 표면구조에 혐오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된 줄무늬는 유럽 사회가 근대로 접어들며 새로운 형태와 의미를 갖게 되는데, 바로 세로 줄무늬가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특히 의복에서 줄무늬가 다채롭게 사용되면서 사회 계층을 구분하던 기능이 희미해지고, 줄무늬 옷을 입은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줄무늬 직물은 의복과 문장 외에도 실내나 가구 장식, 항해, 위생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
문화에 의해서 만들어진 기호
다양한 도상과 흥미로운 사례
이후 줄무늬는 과거의 경멸적 의미를 지워가며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를 띠게 되면서 혁명의 상징 무늬로 자리했고, 미국 등 여러 국가의 국기에도 등장한다.
현대에 와서는 유명 디자이너들의 패션쇼에 등장하고,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특유의 미적 감각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며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중세 문장학의 대가이자 색채 분야 최초의 국제적 전문가인 저자 미셸 파스투로는 책에서 줄무늬가 문화에 의해 만들어진 기호임을 강조한다. 인간이 주위에 흔적을 내거나 사물에 새겨넣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강제로 요구한 것이 줄무늬의 속성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책은 줄무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도상과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그에 얽힌 상징체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또 오랜 세월 동안 서양인들이 줄무늬에 남긴 무질서와 온갖 이야기에 대해서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