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 사무국장
신동진 중종대왕 태봉문화제 추진위원회 사무국장. /신동진씨 제공

"평상시에 마음을 기울이지도 못하고, 필요할 때만 찾는 것이 부끄러워서 문화제를 기획했죠. 유적으로서 가치와 문화가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1507년 가평현은 중종대왕의 태봉이 생기며 가평군으로 승격됐다. 만들어진 아기 태실을 임금이 되고 난 후 다시 가봉해 만든 중종대왕 태봉은 제2 경춘국도가 지나간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역사적인 문화재가 훼손될까 우려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중종대왕 태봉문화제'는 그렇게 마을의 문화재를 아끼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서 만들어진 축제이다.

중종대왕 태봉문화제를 기획한 신동진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마을교육공동체 등에 뜻을 갖고 10년 전 가평으로 귀촌했다. 지금은 가평에서 진행하는 마을의 여러 사업을 지원하며 마을의 발전을 위한 일을 돕고 있다.

신 사무국장은 "이번 문화제는 중종대왕 태봉을 선양하고 잘 기리는 것과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가평군에 도시 청년들과 결합해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드는 것,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한 청년들은 이번 문화제를 함께 준비하면서 지역사회를 연구하고 주민들과 연결고리를 맺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들은 서삼릉태실연구소와 관련 논문 등에서 찾은 내용을 중심으로 당시 태실 문화의 핵심적인 가치나 원칙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했다.

도시청년 결합 지속 가능한 사업 목적
학교·마을·미래·과거 상생축제 의미
태실 복원·마을 활성화 마케팅 활용


문화제는 마을의 상색초등학교 학생들과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 가평분원에서도 함께했다. 상색초 6학년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작은 도자기에 태 대신 흰 강낭콩 씨앗과 상평통보를 넣었다.

선생님이 써준 축원문을 새긴 목판과 아이들의 희망을 담은 화평문 목판까지 태함에 넣고 태봉까지 걸어간 뒤 태실에서 태(胎) 안위제와 화평제를 진행했다. 종묘제례의 전통예법에 맞춰 격식을 갖춘 안위제가 끝나면 마을의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축원문을, 학생들은 그에 화답하는 화평문을 낭독했다.

학교와 마을은 물론 미래와 과거가 상생할 수 있는 축제로서 의미를 더했다는 것이 신 사무국장의 이야기이다. 이렇듯 주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데 다른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신 사무국장은 "부모 같은 유적을 잘 섬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니 설득이 쉬웠다. 콘텐츠 자체에 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신 사무국장은 "저와 같은 귀촌인과 도시청년, 기존 주민들이 각자 가진 네트워크와 역량, 지역에 대한 이해를 하나로 합쳐 이번 문화제를 만들었다"고 의미를 짚으며 "태실을 제대로 복원하고 문화재로 지정되게 하는 것은 물론 이를 꾸준히 이어나가 마을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이 아닌 주민들이 주도해 이런 행사를 해낼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 무척 보람 있다"며 "궁극적인 목적은 주민자치를 실현해 마을을 잘 지키고, 행복하게 하고, 살고 싶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