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에 위치한 가톨릭대 성심교정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유모(26)씨의 한 학기 등록금은 460여만원이다. 인문사회계열인 터라 이공계열보단 비교적 등록금이 저렴하지만, 생활고는 항상 빠듯하다. 유씨는 일주일에 30시간 이상을 학교 수업 조교와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번다. 부업으로 줄어든 공부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밤을 새워 공부하기 일쑤다.
유씨는 "입학금이 100만원이라 첫 학기엔 560만원을 냈다. 2학년 때는 등록금이 인상돼 부담이 더 커졌다. 2년 동안 학비로만 2천여만원을 쓴 것 같다"며 "한국장학재단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이 학부생 위주로 편중돼 있는데 대학원생 지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14년째 학부 등록금을 동결해온 대학이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자 자구책으로 대학원 등록금 인상 카드를 꺼냈다.
동결·학령인구 감소에 재정 위기
규제 없는 대학원 상대 '인상카드'
학생회 조직 약해… 협상력도 '乙'
경기도 주요 대학들이 2023학년도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부 등록금은 동결하고, 대학원 등록금은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는 학내 모든 대학원의 등록금을 2.0% 인상했다. 경기대는 교육대학원과 공학대학원을 각각 2.0%, 3.0%씩 올렸다. 한국외대(글로벌캠퍼스)는 오는 2일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앞두고 4.0% 인상안을 제시했다. 규제 없는 대학원 상대 '인상카드'
학생회 조직 약해… 협상력도 '乙'
전국 사립대학교 일반대학원의 한 학기 등록금 평균액이 467여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직전 학기보다 10만원에서 20만원 정도 오른 셈이다.
대학이 대학원 등록금을 인상하는 이유는 어려워진 재정 상황과 관련 있다. 학부 등록금 14년 동결과 학령 인구 감소로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자, 규제가 없는 대학원 등록금 인상을 선택한 것이다. 학부 등록금은 인상시 국가장학금 II 유형 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대학원 등록금은 직전 3개년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 내에서 인상하면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대 관계자는 "14년째 학부 등록금이 동결되고 최근 물가가 상승해 대학 재정 상황이 어려워 진 것도 인상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학원생들은 대학이 재정 책임을 대학원생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발한다. 특히 학부와 달리 100만원 안팎의 입학금도 추가로 납부하는 상황도 불만 요인 중 하나다. 전국 모든 대학 학부는 올해부터 입학금을 폐지했다.
강태경 대학원생노조 집행위원장은 "학부는 등록금 인상 시 국고 지원 제한도 있고 언론 보도도 많이 나와 인상이 어려운 반면 대학원은 등록금 인상하기 비교적 쉬운 구조"라며 "대학원 학생회 조직이 약해서 등록금심의위원회 협상 과정에서 협상력이 밀리는 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등록금 인상이 재정 위기를 타개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OECD 평균보다 많이 비싼 상황"이라며 "학령 인구 감소로 등록금 인상은 근시안적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해 대학에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