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만든 둥지 터에 저어새가 잘 번식했으면 좋겠어요."
26일 오전 8시께 인천 남동유수지 앞에 30여명이 모였다.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1호) 주요 번식지 중 하나인 남동유수지 인공섬을 청소하기 위해서다.
저어새는 매년 3월 인천을 찾아와 4~7월 사이 번식하고, 송도 갯벌 등에서 머물다가 10월 중순에 월동지인 일본이나 대만, 홍콩으로 날아간다. 남동유수지는 2009년 '작은 섬'이라 불리는 인공섬에서 저어새의 번식이 처음 확인됐다. 매년 번식 개체 수가 늘면서 2018년에는 '큰 섬'이 추가로 마련됐다.
고무보트를 타고 큰 섬과 작은 섬에 들어간 사람들은 쓰레기를 수거하고 둥지 터를 만들었다. 저어새 번식을 방해하는 쑥이나 도깨비바늘 등을 제거해 저어새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
홍콩 자원봉사자 "고향 생각" 미소
쓰레기 대신 둥지 재료 넣어주기도
시민단체 "섬 정비 많은 관심 부탁"
인천석천초등학교 4학년 김지환군은 올해 처음으로 저어새 섬 청소행사에 참여했다. 김군은 "부모님과 함께 저어새 모니터링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저어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섬에 들어와 청소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이곳에서 번식하는 저어새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행사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저어새 섬을 청소하고 있다는 홍콩 국적 비비안 푸는 "저어새는 한국에서 홍콩으로 날아와 겨울을 보내기 때문에 저어새를 보면 고향을 떠올릴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난해에는 너구리가 저어새 섬을 습격하면서 번식한 알들이 사라지고 새끼들이 죽는 일이 있었다. 홍수 피해 때문에 저어새 섬 밑단에 자리 잡은 둥지들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작년보다 많은 500여마리의 저어새가 인공섬을 찾았으나, 번식에 성공한 개체 수는 250여마리에 불과했다.
황종경 국립생태원 전임연구원은 "남동유수지의 저어새 번식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으나, 포식자인 너구리가 자주 출몰하고 저어새들이 나뭇가지 등 둥지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하고 있다"며 "커피믹스 봉지나 끈 등 쓰레기로 둥지를 만드는 저어새도 많아 매년 둥지 재료를 미리 넣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어새네트워크 김미은 사무국장은 "전국 여러 지역에서 저어새 섬을 정비하는 활동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며 "멸종위기종인 저어새가 안정된 환경에서 번식할 수 있도록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수진기자 we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