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니소스 로봇1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디오니소스 로봇' 공연 모습. /경기아트센터 제공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올 한해도 다채로운 우리 음악으로 관객을 찾는다. 임기 4년 차를 맞은 원일 예술 감독이 이끄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관습적이고 형식적인 것에서 벗어나 한층 물오른 '능동성'과 시나위의 '즉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올해 레퍼토리 시즌의 문을 여는 '2023 시나위 악보가게'는 각각 다른 4편의 장르가 무대에 오른다. 이 중에서 경기민요 소리꾼인 이희문이 연출과 음악감독을 맡은 작품 '민요연습실'과 '환갑(還甲)'은 용인에 있는 경기국악원 국악당에서 열린다.

원 감독은 "이희문씨가 경기도 전통 민요의 선율 안에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잘 녹여냈다"며 "경기민요를 하는 사람이 연출하기 때문에 여느 연출가가 할 수 없는 섬세한 가수들의 결을 끌어내는 특징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5월에는 즉흥과 창작의 '관현악적 시나위'인 '역(易)의 음향'이 준비돼 있다. 전 단원이 곡 창작에 참여해 능동적으로 음악을 만들어가는 이 작품은 원 감독과 단원들이 듣고, 경청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리꾼 이희문 연출 '민요연습실' '환갑'
원일 감독 '디오니소스 로봇' 60분 확장도


지난해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원일 예술감독이 위촉받아 2회 공연으로 선보이며 검증받은 작품 '디오니소스 로봇'의 경우 기존 30분 곡에서 60분으로 확장해 선보인다. 이 작품에 대해 원 감독은 "이것이 21세기 시나위"라고 정의했다.

음악의 광기를 건강하게 잘 이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초연작이라면 이번에는 미디어 콘서트로서 영상과 현대무용 등이 결합한 작품으로 하나의 온전한 작품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는 게 원 감독의 설명이다. 해외공연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디오니소스 로봇'이 어떻게 업그레이드되어 보여질지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한국의 3대 성악곡이자, 전통음악 유산인 불교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연도 마련된다. 올해 연말에 진행되는 '반향'은 '불이(不二)'라는 주제로 '이 세상 모든 것은 둘이 아니다'는 불교의 핵심 사상을 이야기 한다.

시나위 적이면서 역사가 오래된 음악이지만 그동안 제대로 무대에 오른 적 없었던 불교음악을 어산어장인 동희스님과 함께 한다. 어산은 불교의례에서 부처님의 가르침과 공덕을 찬탄하는 노래로 범패와 범음 등이 포함된다. 어산어장은 이러한 의례를 집전하고 관장하는 최고 책임자이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공연을 통해 복잡하고 혼란한 현대사회에서 대립이 아닌 중도적 관점을 제시하며, 영적인 음악을 계승하는 이 무대에서는 함께 마음을 모으는 행위를 하는 등의 관객 참여도 이뤄질 예정이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