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푸른숲 펴냄. 320쪽. 1만8천800원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여덟 살에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진단받은 후 오랜 시간 ADHD, 범불안장애, 강박장애, 감각처리장애와 함께 살아온 카밀라 팡. 삶의 생기와 점점 멀어져가던 그의 손을 잡아당긴 것이 바로 과학이었다. '행성을 잘못 찾아온 것 같다'고 생각하던 어린 카밀라는 과학의 언어를 통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에겐 삶의 모든 무대가 실험실이었고, 만나는 모든 사람이 연구 대상이었다. 책은 과학자가 된 카밀라가 생물화학, 물리학, 통계학 등 과학을 기반으로 한 지식을 통해 인간 심리와 행동에 관해 풀어가는 모습을 흥미롭게 다룬다.

독자는 머신러닝을 통해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고르는 법, 단백질 결합과 파동 이론을 통해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 열역학을 통해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법 등 저자가 관찰과 계산, 실험을 통해 삶과 관계를 이해하는 과정을 읽게 된다.

성공만큼이나 실패에서 배우는 일이 과학인 것처럼, 삶을 통해 실험하고, 실패하는 실험을 즐기며 혼자서 해내는 과정을 누리라는 것이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내가 할 수 있다면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누구나 자신으로서 타인과 연결될 권리가 있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결코 사과하지 말라고 말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