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도 수년간 저출산의 타개책으로 많은 예산과 해결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실행했지만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은 게 없다. 전 세계에서 인구 감소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지속적인 정책과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에서의 노력과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숙련직 이민 활성화로 좋은 결과를 거양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고무적이다.
이민자 비율을 배로 늘린 캐나다의 이민정책에서 그 해답을 찾으면 어떨까 싶다. 전 세계가 저출산에 이어 인구 감소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해외 고급 인력에게 영주의 특단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패스트 트랙'의 '신속입국제도(Express Entry)'가 캐나다 이민제도의 주요한 핵심이다. 지난 3년 간 선진국 중엔 비교적 높은 3.4%의 성장률을 달성한 것은 경이적이다.
캐나다 '3년간 3.4% 성장률 달성' 주목
IT인력 엔지니어 중 이민자 41% 차지
다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세계 이민사의 핵심 요소를 살펴보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첫 번째가 문화의 다양성 인정보다 더 앞서간 진정한 '다문화 공존 사회'로, 현대인의 삶 그 자체가 다문화이며 현실 세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하는 이민의 나라지만, 기본적으로 소수문화를 주류 문화에 용해와 편입시키려는 동화주의(assimilation)인 용광로(melting pot) 정책을 시행 중인 대표적인 미국의 이민정책에 대해서다.
두 번째로 각자의 문화적 다양성이 보편화되면서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도 이에 동참하고 지향하는 주요 '자문화중심주의인 차별배제모형'은 소수자들만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문화의 다양성이 공존하며 나아가 기회나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 이민의 전형적인 나라 캐나다의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들 수 있다. 그동안 주로 비숙련 이민자들을 유치해 왔었던 다문화주의 정책에서 숙련직 전문인력 유치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전 세계 고급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남의 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캐나다는 혁신적 이민 정책으로 좋은 결과를 거양하고 있는 반면, 전 세계는 반도체나 첨단산업 등의 패권 경쟁으로 IT인력 쟁탈전이 아주 치열하다. 캐나다에 근무하고 있는 엔지니어의 41%, 성장동력이 될 창업가가 33%, 심지어 기초과학의 기반인 물리학자들 36%가 거의 이민자라는 발표에 정신이 번쩍 든다. 이러한 정책은 결론적으로 캐나다 경제사회에 미치거나 기여하는 정주형 이민자들로 그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로, 우리나라는 현재 체류 중인 영주(F-5) 비자 소지자가 불과 7%인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민제도 핵심 패스트트랙·신속입국
한국 저성장·인력난 위기대처 본보기
고급인력 유치 관장할 이민청 급선무
우리의 경우 저출산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정부에서도 수년간 부단한 노력을 다해왔다. 저성장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성장의 잠재력이 한계에 달한 것은 아닌지 모두가 의아해 하고 있다. 지난 3년 간 팬데믹에 따른 재난지원금은 결과적으로 유동성의 문제로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고 미·중간의 갈등, 한미일과 중국과의 이해 충돌, 국내외 기준금리의 인상 등 저성장의 위기를 더 촉발시킨 계기가 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역량의 융합으로 이끌어낸 캐나다의 두 위기 극복사례는 좋은 본보기다. 우리도 기술·투자이민을 좀 더 활성화해 저출산·저성장의 한 대안으로, 인력난 대처를 외국인 근로자·고급 인력 유치라는 '두 경로의 이민정책'을 관장할 이민청도 급선무다. 지난달 초에 개청한 재외동포청은 이민정책 실행에선 실과 바늘 같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외국인 '건보 먹튀'로 내·외국인 간 갈등을 부추긴 투자이민의 문턱도 차제에 더 높여야 한다.
/김헌수 전략인재연구원장·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