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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파주 '반짝반짝 빛나는' 전시 전경.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전시장의 문이 열리고, 곧바로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들이 쏟아져 내렸다.

김덕용 작가의 '결-심현'에는 나무의 결을 따라 붙여진 섬세한 자개가 별처럼 반짝 박혀있었다. 바로 왼편에는 오묘한 색을 내뿜는 자개가 마치 달처럼 둥글고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손대현 작가의 작품 '나전 건칠 달항아리'가 자리했다. 보는 위치에 따라 그 색마저도 다르게 보이는 자개라는 소재가 새삼 특별하게 느껴지는 시작이었다.

신비롭고 영롱한 빛깔을 가진 자개와 나전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수장고형 전시 '반짝반짝 빛나는'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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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파주 '반짝반짝 빛나는' 전시 전경.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나전'은 전복이나 소라 등 껍데기를 가공한 자개로 문양을 만드는 칠기의 장식 기법이다.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공예품이었던 나전칠기는 조선시대로 이어지면서 사용 계층이 확대되고 종류도 다양해졌는데, 물건을 담는 함, 가구, 소반과 베갯모 등 생활 곳곳에서 쓰였다.

나무 결따라 자개 붙인 '심현'·'나전 건칠 달항아리' 등
옛공예품부터 8명 작가의 미감 더한 현대작품에 '눈길'
다양한 나전칠기 장식기법도 볼수있어… 8월 27일까지


전시장에는 실제 자개 장생무늬 함, 자개 능화무늬 예물함, 자개 장생무늬 혼수함 등 혼수품으로 인기가 많았던 함들은 물론, 자개 관모함과 자개 족자함, 자개 벼룻상처럼 여러 공예품에 쓰였던 나전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안에는 장수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해·달·소나무·사슴과 같은 문양을 새겨 넣기도 하고, 나비가 맴도는 국화와 난초, 추위에도 꼿꼿한 매화와 대나무, 부귀를 뜻하는 모란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포도 등의 무늬도 새겨져 있다.

특히 장수를 의미하는 소재들을 둘러놓은 자개 장생무늬 이층농과 자개 이층농 등이 있는 공간은 나전 공예품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빛나면서도 반짝이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수장고 속 공예품들은 시대 흐름에 따라 달라져온 형태를 감상할 수 있으며, 대표적인 나전 기법인 끊음질과 줄음질을 살필 수 있는 공간은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이와 함께 자개 장식에 대한 추억과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공간에서는 집마다 하나씩은 봤을만한 자개장들 사이에 영상과 사진들을 배치해 그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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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파주 '반짝반짝 빛나는' 전시 작품 .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전시에서는 옛 공예품뿐만 아니라 이를 새롭게 재해석한 현대 공예 작품들 역시 만날 수 있다. 8명의 작가가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미감이 쓰임에 더해져 실제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장혜경 작가가 자개 조각을 불규칙하게 배치하고 크리스털 레진으로 마감한 '자개 소반'과 '자개트레이', 호두나무와 자개를 활용해 스피커와 화병에 독특한 개성을 담아낸 양성오 작가의 '올림' 시리즈와 '한송이 나전 화병', 일상 가구인 장에다 무지갯빛 자개를 장식해 현대적 언어로 당시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류지안 작가의 'HERITAGE_RAINBOW05' 등이 전시돼 있다.

가지각색의 문양, 다채로운 조형미와 자개 특유의 아름다움을 두루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8월 27일까지 계속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