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 보안등급('가'급) 국가 중요시설인 인천항에서 불법 체류 신분을 속인 채 일하다 무더기로 적발된 외국인들(7월24일자 1면 보도=인천 내항 불법체류자 1명 열흘째 행방묘연)은 컨테이너에 중고차 부품과 차체를 들여놓아 쌓는 작업에 동원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체류자들이 버젓이 항만을 출입하며 이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항만업계와 중고차 수출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항만 당국이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며 "터질 게 터졌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저임금·고노동·왜소한 체격 선호
출입국 단속땐 업무 진행 안하기도
"업계선 파다… 관리 기관도 인지"
26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3일 붙잡힌 불법 체류자들은 인천 내항에서 중고차 컨테이너 '적입'(積入)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중고차를 부품과 차체별로 분리해 컨테이너에 싣는 작업에 이들이 동원된 것이다.
최근 중고차 수출 물량이 늘면서 자동차 운반선이 부족해지자, 차량을 통째로 배에 싣는 대신 부품을 분리한 뒤 컨테이너에 실어 보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인천항만공사가 지난 24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수출된 중고차 23만4천614대 중 18만3천773대(78.3%)가 컨테이너로 수출됐다.
관련 업계에선 적입 작업 노동자들의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일이 고될 뿐만 아니라 임금이 적어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가 맡고 있다. 중고차 차체와 부품들을 컨테이너 내부에 가득 채워 고정하고 좁은 창문으로 빠져나와야 하는 작업 특성상 160㎝ 이하 왜소한 체격의 외국인을 선호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인천 내항에선 올 3월부터 중고차 컨테이너 적입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고차 수출 물량이 늘면서 옛 송도유원지 부지에 있는 중고차 수출단지에서 주로 이뤄지던 적입 작업이 인천 내항으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중고차 수출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항 내 컨테이너 적입 작업을 하는 곳에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이 단속을 나오면 아예 업무가 진행되지 않을 정도였다"며 "불법 체류자가 내항을 드나들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띔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컨테이너 적입 작업에 불법 체류자들이 동원됐고, 인천 내항에서도 이 작업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이미 업계에선 많이 소문이 나 있다"며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나 인천항만공사 등 인천항을 관리하는 기관들이 충분히 이를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업체에 주의를 주거나 단속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항만 내에서 중고차 컨테이너 적입 작업을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불법 체류자들이 일했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어 "인천항만공사, 인천항보안공사, 인천출입국·외국인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실태조사를 벌이고 불법 체류자를 고용한 업체에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