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1년여 앞둔 한국지엠 부평공장 소속 노동자가 객지의 기숙사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출근 시간이 지나도 아무 연락도 없이 공장에 나오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동료가 119와 함께 기숙사에 찾아가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으로 추정된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거주한 탓에 조치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고인은 본래 부평공장 소속이었지만 지난해 부평2공장 가동이 중단된 이후인 12월 회사의 파견 조치에 따라 창원공장으로 배치, 김해 진영의 기숙사와 공장을 오가며 지냈다. 본인이 원치 않는 인사 발령이었다.
고인은 생전에 동료들에게 인천의 가족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큰 노동자였다고 한다. 부평공장에서 창원공장으로 파견된 노동자 다수는 인천 시민이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인천에 대한 향수,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신적 고통뿐 아니라 육체적 고통 또한 견뎌내야 한다. 부평에서 창원으로 파견된 노동자 대부분이 공장 내에서도 노동 강도가 높은 조립부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고인 역시 부평공장에서 출고 차량 이송 업무를 해 오다가 창원공장 조립부에 배치되면서 신체적 부담을 많이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서 한국지엠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원거리 파견 이후 팍팍해진 삶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동료 노동자들은 짐작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4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 '부당 인사 발령 구제 신청' 과정에서 근무 장소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 지속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파견자에 대한 연내 복귀 의사를 내비쳤지만 아직껏 구체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지엠은 노동 당국을 상대로 한 발언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파견자 중에는 고인처럼 정년을 몇 년 남기지 않은 노동자가 다수 있다. 이들에게 고인의 비보는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을 수밖에 없다. 창원공장 파견 노동자 가운데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지엠은 창원공장 파견 노동자에 대한 생활 실태 조사와 스트레스 해소 대책을 수립해 빠른 시일 내에 이행해야 한다. 그것이 더 이상의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다.
[사설] 한국지엠은 창원공장 파견 노동자 실태 조사 나서길
입력 2023-09-2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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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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