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경기도박물관 '오늘 뭐 입지?''구름 물결 꽃 바람'


비오리흉배 단령·여성들 원삼 등
400년간 무덤속에서 잠든 유물로
당대 사대부 복식문화 감상 기회

무장애 특별전, 전통 무늬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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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박물관 출토복식 특별전 '오늘 뭐 입지?'의 전시 모습. 2023.12.11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우리의 하루는 '오늘 무슨 옷을 입을까'란 고민과 함께 시작된다. 옷에는 각자의 취향·기분과 함께 사회의 유행, 처한 상황 등 여러 모습이 포함돼 있다.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리는 출토 복식 특별전 '오늘 뭐 입지?'는 이렇듯 옷을 골라 입는 행위로 수백년 전 과거와 오늘을 이어본다.

지난 2017년 경기도박물관은 청송심씨 사평공파의 묘를 이장하는 현장에서 유물들을 함께 수습했다. 17세기에 살았던 문신 심연과 부인 전주 이씨, 그의 할머니 나주 박씨가 이번 전시 유물들의 주인이다. 400년간 무덤 속에 잠들어 있었던 200여 점 유물 가운데 당대 사대부들의 복식 문화는 어땠는지를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전시는 17세기 사대부 여성과 남성의 다양한 복식을 보여주며 흥미를 자아낸다. 특히 경기관찰사 등을 역임한 심연의 무덤에서 출토된 습의(수의)는 모두 100여 점에 달하며, 심연은 8벌의 옷을 껴입은 상태로 발견됐다. 오늘날 수의와는 달리 당시에는 살아 생전 가장 좋아하고, 특별한 날에 입었던 옷들을 입혔는데, 전시된 옷들 대부분이 화려하고 정교한 문양을 지녔다.

심연이 입고 있던 관복 '단령'에는 가슴과 등에 금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비오리 무늬 장식이 있다. 비오리 흉배는 명나라의 것으로, 조선시대 관료의 옷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당시 규정이었던 기러기 흉배가 아닌, 비오리 흉배를 사용한 것은 명나라의 멸망 이후 조선의 흉배 제도가 혼란을 겪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여성들의 '원삼'은 혼례나 궁중의 행사 등에서 입었던 예복이다. 전시 초입에서 만날 수 있는 전주 이씨와 나주 박씨의 원삼은 목 부근이 둥근 모양을 한 단령형에서 직선의 형태로 바뀌어 가는 시점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줬다. 목과 소매 등 더러워지기 쉬운 곳까지도 문양이 화려한 비단이 덧대어져 있고, 조명 빛을 받아 반짝이는 저고리는 좋은 비단을 사용했음을 보여주며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 관 속에는 시신을 이불로 감싸고 움직이지 않도록 남은 공간에는 옷들을 찢어서 채웠는데, 전시장에서는 이렇게 사용된 옷들도 살펴볼 수 있다.

이어 마지막에는 경기도박물관이 조선시대 옷을 무덤에서 수습하고 연구를 거쳐 재현과 전시로 이어지는 과정을 소개한다. 조사원의 일지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발굴 현장을 보듯 생생하게 그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전시된 일부 유물들은 보존을 위해 올해까지만 전시한 후 다른 유물로 교체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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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 특별전 '구름 물결 꽃 바람' 전시 모습. 2023.12.11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오늘 뭐 입지?' 전시를 지나면 바로 무장애 특별전인 '구름 물결 꽃 바람'으로 이어진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물리적·심리적 장벽으로부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하는 '무장애'는 결국 모두가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음을 뜻한다. 전시는 유물에 수놓아진 아름다운 무늬를 다양한 감각을 통해 느껴볼 수 있도록 했다.

작은 산길을 걸어가듯 전시 초입엔 매화, 백로, 당초무늬 등 자연을 닮은 문양들이 유물들과 함께 전시돼 있다. 장수와 출세, 화목과 행복을 염원하며 곳곳에 실어놓은 무늬의 의미를 이곳에서 함께 알아볼 수 있다.

전시는 전반적으로 점자와 함께 문양을 본 딴 모형을 준비해 만져보도록 했는데, 서왕모가 열었던 산속의 잔치를 주제로 한 '요지연도 8폭 병풍' 역시 실제 크기로 다시 만들어 그림 속 무늬를 촉각 모형으로 구현했다.

이와 함께 자연의 무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향기, 촉각의 무늬를 올려놓으면 그 문양이 시냇물을 따라 흘러가는 체험 공간까지 여러 감각을 사용하며 전시를 즐길 수 있다.

화려하게 수를 놓은 옷들과 감각으로 만나는 전통 무늬가 어우러진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10일까지 열린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