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불편한 할아버지 못 피해
연기 퍼지는 등 주민 13명 부상

군포시 산본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던 50대 부부가 연휴를 마친 새해 첫 날 이른 아침부터 남편 A씨가 목숨을 잃고 아내 B씨는 크게 다치는 안타까운 화재 사고를 당했다.
A씨는 평소 지병으로 거동이 어려운 상태라 미처 대피하기 어려웠고, B씨는 마침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아와 함께 밤을 지낸 초등학생 손녀를 구출하느라 심한 화상 등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2일 오전 10시 9분께 군포시 산본동 해당 아파트 단지 내 화재 발생 건물 1층 출입구 앞에서 소방 관계자에 의해 A씨 시신이 옮겨지자 A씨 부부 가족들은 “오빠 어떡해”라며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A씨는 지니고 있던 지병으로 거동이 어려워 평소에도 집 안에서 누운 상태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화재 신고가 처음 소방에 접수된 건 오전 7시 15분쯤이며, 불이 난 장소는 A씨 부부가 거주 중이던 9층의 한 세대다.
이 집엔 A씨 부부와 이들의 20대 아들 C씨 등 셋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마침 새해를 맞아 20대 딸 D씨와 D씨의 딸인 10대 초등학생 손녀가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C씨는 이미 출근 길에 나섰고 D씨는 집을 비운 시각 갑작스러운 화재가 발생하며 A씨가 숨지는 등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무사한 손녀를 당시 구하려던 B씨가 화상과 연기 흡입 등으로 중상을 입었으며, 이 세대 주변으로 퍼져나간 연기 등에 옆집 주민을 비롯한 9~12층 주민 1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걸로 파악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C씨는 “아버지의 건강이 최근 악화했고 거동도 불편해 평소 누워서 생활하셨다”고 전했다.
사고 세대와 같은 층에 사는 80대 주민은 “불 난 줄 몰랐는데 갑자기 사이렌 같은 소리가 났다”며 “소방이 우리집 문 두들겨 밖으로 나올 때만 해도 연기가 많지 않았고 사고 당한 집과 평소 왕래는 없었지만 너무 안타깝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화재 발생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은 즉시 초진에 나서 1시간여 만에 불을 완전히 껐지만, 해당 아파트는 관련 규제가 강화(2004년부터 11층 이상 건물 스프링클러 의무설치)되기 전 준공(1994년)된 건물이어서 전 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었다.
다만 계단식이 아닌 복도식 아파트였던 터라 비교적 다른 세대로 화재로 인한 연기가 적게 확산했던 것으로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하고 있다. 방화 혐의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화재 원인은 정확한 조사를 위해 관계기관의 합동 현장감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화재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드러난 게 없다. 오늘 중으로 합동감식에 나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