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업주 연쇄살인 '이영복' 충격
"사고 치려고 온 사람 어떻게 막나"
미용실 "호신품 구매·시트지 제거"
강력사건 피해 여성 매년 2만여명
"국가·사회 구조적 해결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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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내에서 다방 업주 2명을 연쇄살인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다방 업주들이 강력범죄에 노출되는 등 치안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17일 경기도내 한 다방 밀집지역. 2024.1.1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고양과 양주시에서 다방 업주를 연쇄 살인한 이영복(57)이 구속된 가운데 여성 종사자들만 있는 사업장이 치안 사각지대에 놓인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오후 2시께 찾은 경기 남부지역의 한 다방에서 만난 업주는 유사 범죄 발생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30년 넘게 다방을 운영 중인 A씨는 "고양과 양주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뉴스를 통해 모두 접했는데, 같은 일이 벌어질까 봐 무섭다"면서 "살인을 하려고 마음먹고 들어온 사람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다방에는 강력범죄 발생 시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CCTV를 제외하면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없었다.

강력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건 다방 종사자뿐만 아니었다. 경기도 내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B(49·여)씨는 "술에 취한 사람이 갑자기 미용실에 들이닥쳐 행패를 부리는 일과 손님들의 상습적인 성희롱에 노출돼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호신용품을 구매하고, 미용실 전면 유리창을 모두 가렸던 시트지를 제거했다. 그는 "연쇄살인 범인이 혼자 있는 다방 업주를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호신용품을 구매했다"며 "비상벨 설치를 고려하기도 했는데 비용 때문에 포기했다"고 전했다.

경찰청범죄통계를 보면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 여성 피해자 수는 2020년 2만1천6건, 2021년 1만9천296건, 2022년 2만1천580건으로 집계됐다. 강력범죄로 인한 여성 피해자의 비율은 매년 8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안 사각지대에서 홀로 일하는 여성들이 강력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내고, 물리적인 대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식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국가와 지역사회가 구조적으로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더 세밀하고 촘촘하게 해야 한다"며 "물리적으로는 경찰이 여성 밀집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CCTV와 비상벨 설치를 확대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허민숙 전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소 연구교수는 "여성 홀로 운영하는 업장이 강력범죄에 취약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자리에서 범죄 공포에 떨고 있다는 건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도 안전한 사회인가를 다시 질문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