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국회 입법 청문회에 출석해, 해병대원 순직사건의 수사서류 경찰 이첩을 막는 사건의 얼개를 증언했다.
그는 증언대에 나와 “누가 내 아들을 구명조끼 없이 물어들어가게 했는가, 하는 질문은 지난 해 7월28일 유가족께 수사 결과를 설명했을 때 하신 말씀과 같다”면서 사건의 개요를 풀어냈다.
박정훈 전 수사단장에 따르면, 지난 2023년 7월19일 채 해병이 순직한 뒤 박정훈 대령은 수사 결과를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보통의 절차는 수사결과를 해군 수사단및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고하고, 기록 일체를 경북경찰청으로 넘긴다.
하지만 사령관은 임성근 사단장 보직 교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사 결과를 직접 총장 및 장관께 보고를 지시했다.
사령관과 박 전 수사단장이 임종섭 전 국방부장관에게 결과보고에 나섰던 30일, 오후 4시30분께 배석인원이 빠진 뒤 사령관이 장관을 독대하면서 사단장 후속 인사를 보고 했고, 언론브리핑을 예정했다. 이때까지는 순조로왔다.
하지만 그 이튿날인 31일 오후 12시께 예정돼 있던 언론브리핑이 취소됐다.
이후 박 전 수사단장은 그의 표현대로라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박 전 수사단장은 유 관리관으로부터 ‘사건 인계서를 보내라’, ‘죄명 혐의자 혐의 내용을 빼라’, ‘수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마라’라는 등의 말을 들었다.
그날 오후 5시 사령관도 박 전 수사단장을 불렀다. 그는 사령관으로부터 “오늘 오전11시께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1시단 사망사고 관련 보고를 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고 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또 “대통령이 국방과 관련해 이렇게 화를 낸 적도 없다”는 말이 덧붙었다고도 전해 들었다.
이에 박 전 수사단장은 “대통령께서 잘못 보고 받으신 것 같다”며 “국방부에서 지시하는대로 했을 때 예견되는 문제를 정리해 보고 드리겠다”고 답했다. 또 수사서류를 변경할 수 없는 이유를 정리해 「고 채 상병 익사 사건의 관계자 변경 시 예상되는 문제점」이란 문건을만들어 보고 했다. 문건을 받은 사령관은 상급 부대인 국방부 조사본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이후 이틀동안 5회에 걸쳐 전화를 줬다. 혐의자·혐의내용 등을 수사 이첩 서류에서 빼라고하고, 협의자를 직접적 과실 있는 자로 한정하라는 말을 했다. 박 전 수사단장의 ‘이틀동안 5회에 걸친 통화’에 대해 유 법무관리관은 통화 일자와 횟수가 ‘틀림없다’고 확인해줬다.
박 전 수사단장은, “이제와서 법무관리관이 단순히 의견제시라고 하지만 단순한 의견제시라면 왜 이틀에 걸쳐 5번이나 통화하나”반문하고, “심지어 법무관리관도 자신의 발언이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외압으로 느끼냐’고 묻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수사단장은 신범철 전 법무부 차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사령관에게도 연락했다고 밝혔다. 박 전 수사단장은 이들이 “‘확실한 혐의자는 형사처벌, 지휘 책임자는 징계로 하는 것을 검토해 달라’, ‘7월 30일 장관 결재는 중간 결제로 하고 장관 귀국 시 재보고하라’, ‘해병대는 왜 말을 하면 안 듣는 것이냐’라는 등 전화와 문자를 하였다”고 증언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사령관에게 수사서류 축소 및 왜곡의 위험성, 직권남용의 위험성 등을 언급했고, 경찰 이첩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사령관은 제가 이첩 보류 명령을 7월 31일부터 이틀동안 3 차례에 걸쳐 내렸으나 거부했다고 한다. 만약 제가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면 사령관은 저를 직무배제하든지 적절한 지휘조치를 했어야 한다”며 이첩보류명령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8월2일 오전 10시께는 스스로 사령관에게 제가 책임지고 이첩하겠다 보고했다. 그날 오전 1030분부터 경북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보직해임되었고, 집단항명수괴, 구속영장 청구등을 거쳐 기소돼 군사재판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의 아니게 해병대의 명예가 실추되고 국민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되는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면서 “정의로운 해병대가 제자리를 찾도록 격려와 응원 부탁드린다”고 사건 개요에 관한 증언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