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옥외광고물법 표시·설치보다
엄격 규정 조례안은 상위법 위반"
행안부, 시의회 상대 무효訴 '승소'

정당현수막 난립을 막는 목적으로 현수막 게시 위치·개수·내용 등을 제한한 자치법규(조례)가 상위법에 어긋나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인천시의 '정당현수막 규제 정책'이 힘을 잃게 됐다.
대법원은 행정안전부가 인천시의회를 상대로 낸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피고(인천시의회)가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에 관해 한 의결은 효력이 없다"며 원고(행안부) 승소 판결을 최근 내렸다.
인천시는 지난해 6월 정당현수막 난립을 방지하는 내용의 조례를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 인천시 조례는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4개 이하의 정당현수막을 지정게시대에만 걸도록 제한했다. 또 정당현수막에는 혐오나 비방 내용을 담지 못하게 했다.
대법원은 "정당현수막 표시·설치는 정당과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정당현수막에 대한 규율을 통해 정당 활동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더라도 그 제한은 원칙적으로 국민의 대표인 입법자가 스스로 형식적 법률로써 규정할 사항"이라고 했다.
또 "옥외광고물법 개정 과정 등을 보면 정당현수막을 전국에 걸쳐 통일적이고 일률적으로 규율하려는 것"이라며 "옥외광고물법에서 정당현수막의 표시·설치에 관해 정한 것보다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인천시) 조례안은 법령 위반"이라고 했다.
올해 1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은 각 정당이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정당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지정게시대로만 한정한 인천시 조례와는 달리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금지표시 구간 등을 제외하면 장소 제한이 없다. 횡단보도 가로수나 가로등 어디에나 정당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인천시와 시의회는 상위법에 맞춰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해 인천시가 선도적으로 나선 이후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이 (올해 1월) 일부 개정된 것만으로도 우선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본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후속 방침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