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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단봉낙타가 철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다. 이곳 낙타 방사장은 시설이 노후화돼 군데군데 도장이 벗겨져있다. 2024.7.2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인간 위주의 전시·관람 기능에 치우쳐 동물원내 동물 방치·학대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동물원의 시초는 창경원이다. 1909년 일제가 위락시설 용도로 조성한 것이 기업의 이윤추구 논리와 결합해 전시·오락 중심의 한국 동물원 문화가 자리잡았다. 종 보전·동물 연구 등 동물원의 본질적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동물원의 변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경인일보 기획보도 '시대착오 동물원 존폐를 묻다'에 따르면 도심에 자리한 대다수 실내·체험형 동물원들은 좁은 공간에서 밀집된 사육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종별로 고유한 습성을 지닌 동물들을 인공 조명과 콘크리트 바닥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사육한다. 열악한 우리 환경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동해 동물들에게 정형행동과 같은 치명적 병리현상을 발생시킨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공영동물원 26곳도 몇몇 곳을 제외하면 사육환경이 우수하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 동물보호단체의 지적이다.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의 코끼리 외부 방사장 면적 기준에 부합하는 동물원은 단 2곳뿐이었다.

유럽에서는 이미 동물복지 향상·동물권 보호 요구가 커지면서 동물원의 전시 기능을 인정하면서도 야생 서식지를 최대한 재현하고, 종 보전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동물원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인력과 전문가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에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나 청주동물원 같은 곳이 동물의 생활 환경을 개선해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를 봤지만 매우 예외적인 사례일 뿐이다.

동물원 난립을 막으려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는 등 관련 법령이 강화되긴 했으나 반쪽짜리에 그치고 있다. 이미 운영 중인 동물원은 5년 유예 적용을 받고, 동물원 운영 관련 정부 지침인 동물원 관리 사육 표준 매뉴얼이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새로 도입된 전문검사관제는 민간 위촉직인 탓에 동물원 관리 권한을 쥔 지자체와의 정보 교류 및 협업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 또한 환경부가 2020년 동물 생체정보 등을 전산화하는 '동물원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행은 감감무소식이다.

반복되는 동물원의 동물 방치·학대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현행 민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 박제 동물 등을 활용한 동물 없는 동물원과 휴·폐업된 동물원까지 염두에 둔 체계적인 정책방향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