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행위’ 선거법 저촉 소지… 관련 조례 제정땐 가능

연일 폭염이 이어지자 온열질환 대응에 나서는 일선 지자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중요한 조치이지만, 지자체 상황에 따라 무료로 생수를 제공하는 일이 자칫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어 ‘주춤’하는 것이다.

하남시가 2021년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관내 6곳에 설치·운영하고 있는 여름철 냉장고. 시민 누구나 마실 수 있도록 생수를 비치하고 있다.  /하남시 제공
하남시가 2021년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관내 6곳에 설치·운영하고 있는 여름철 냉장고. 시민 누구나 마실 수 있도록 생수를 비치하고 있다. /하남시 제공

7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최근 도내 한 지자체는 무더위에 시달리는 주민들에게 생수를 무료로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관련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채 생수를 불특정 다수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도 역시 폭염 대응책의 일환으로 도민들에 생수 제공이 가능한지 살피던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 사례를 전달받은 후 일선 시·군들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더위가 이어진 5일 수원시의 한 공사현장에서 건설 노동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2024.8.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무더위가 이어진 5일 수원시의 한 공사현장에서 건설 노동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2024.8.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공직선거법은 선거 출마자가 유권자 등에 금전, 물품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기부행위로 통틀어 금지하고 있다. 법에서 규정한 통상적인 정당 활동이나 일부 의례적 행위, 직무상 행위 등은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지자체가 폭염 시 주민들에 생수를 제공하는 행위의 경우 지자체 조례에 의해 자체 사업 계획과 예산을 토대로 진행하면 가능하다.

자치법규시스템에 따르면 폭염 피해 예방 조례를 제정한 도내 지자체는 하남·여주·수원·의정부시 등 11곳이다. 일례로 2020년 관련 조례를 만든 하남시는 2021년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관내 6곳에 냉장고를 설치해 시민 누구나 더울 때 마실 수 있도록 생수를 비치하고 있다. 하루 9천~1만2천개의 생수를 공급하는데, 날이 더울 땐 금세 동이 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호응이 커서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2019년 조례를 제정한 여주시도 관내 6곳에 아이스박스를 설치한 후 식수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진 6일 수원시 장안구 수원천 방화2교 아래 그늘에서 한 시민이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8.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진 6일 수원시 장안구 수원천 방화2교 아래 그늘에서 한 시민이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8.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반면 조례가 없거나 관련 근거 조항이 불명확한 지자체에선 지원에 한계가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조례상 근거가 분명치 않은데 경기도에서 최근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검토 사례를 전달받았다. 이런 점에 따라 생수 제공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도와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생수가 제공되는 사례와 대상, 주체 등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관련 질의가 있을 때마다 해당 공직선거법 내용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